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국회 3자회담은 국민 기대를 실망으로 추락시킨 정치력 부재의 현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회담이기에 합의는 아니더라도 현안을 보는 시각, 해법을 놓고 이견을 상당부분 좁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회담이 되기를 바라는 염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단순히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주요 현안인 국정원 문제와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파문을 바라보는 인식에서부터 너무도 큰 차이를 보였다. 기본적인 인식이 다르니 해법도 전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특히 최고 지도자인 박 대통령에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예민한 의제인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의 일로 나와 무관하니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해 포괄적 유감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무색하게 했다. 최근 정국을 뒤흔든 채동욱 총장 사퇴 파문과 관련, 법무장관의 감찰 지시는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의 신뢰를 위해 진실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는 논리는 타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정원 사건의 관련자에 대해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조치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모순된다.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당연하다면 국정원 사건의 책임자에 대해서도 감찰과 조치를 했어야 했다. 아울러 채 총장 파문의 이면에 외압과 절차 무시 논란이 있다는 점을 인식,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의지 표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 대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획기적인 국정원 자체개혁안을 내놓을 테니 국회에서 보완해달라고 했으나, 김 대표는 대공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하는 민주당 안을 제시하면서 국회 주도 입장을 고수, 타협의 여지를 봉쇄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수사, 종북세력에 대한 국민 우려를 감안한 언급과 대안 제시가 있어야 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회담 성과가 없다고 해서 파행 정국을 더 심화시켜야 하느냐는 또 다른 차원이다. 정기국회는 원래 야당의 무대다. 결산 심의, 민생 법안 심의, 국정감사는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3자회담에서 제기했던 의혹과 비판을 국회에서 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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