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주년을 맞은 국내 유일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KDB코리아오픈 본선 1회전에서 '대박'이 났다. 국내 선수가 단식 본선 1회전을 자력으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이예라(26ㆍNH농협은행)다. 세계랭킹 450위 이예라는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단식 1회전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300위권이나 상위인 다리야 가브릴로바(19ㆍ러시아ㆍ140위)를 세트스코어 2-0(6-4 6-1)으로 완파했다. 가브릴로바는 2010년 US오픈 주니어 여자단식 우승자로 주니어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한국 선수가 WTA 투어 단식 본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 대회에서 두 번째. 지난해 이소라(삼성증권)가 마리야 키릴렌코(러시아)에게 기권승을 거둔 것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예라는 실력으로 승리해 의미가 남다르다. 사실상 대회 10년 만에 한국선수 본선 1회전 승리다.
WTA투어를 통틀어 단식 본선에서 한국 선수가 자력으로 승리를 따낸 것은 2006년 1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WTA 캔버라 인터내셔널에서 조윤정(삼성증권 코치)의 준우승 이후 7년8개월만이다.
이예라는 2008년 한때 랭킹 178위까지 올랐지만 잇단 부상으로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국내 단식 6관왕을 쓸어 담으며 여자테니스를 평정 중이다. 그러나 랭킹이 낮아 이번 대회 와일드카드를 받고 본선에 합류했다. 수비능력과 근성, 파워에서는 국내에서 당할 선수가 없다. 2010년 NH농협은행에 입단해 4년째 박용국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반은 불안했다. 1세트는 0-3으로 끌려갔다. 이예라는 그러나 근성 있는 플레이로 경기를 4-3으로 뒤집고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탄력을 받은 이예라는 2세트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예상치 못한 낙승을 거뒀다.
이예라는 "1세트 게임스코어 0-3까지 끌려갈 때는 긴장을 너무 많이 했지만 그때부터 국내 대회라고 여기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더니 경기가 잘 풀렸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큰 대회에서 긴장하거나 주눅만 들지 않는다면 한국 선수들도 충분히 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이예라는"서브나 다른 샷에서 정말 중요할 때 한 번 터지는 주특기가 있어야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국제 경험을 많이 쌓고 경제적 여건이 갖춰진다면 세계무대에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박용국 감독도 "이예라는 100위권에 진입한 경험이 있다. 더구나 홈코트의 이점을 안고 있어 이변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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