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서비스의 AS기사 불법파견 의혹에 대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이미 삼성전자서비스 내부 문건 등을 통해 공개된 사실관계까지 부정한 결론이어서 '재벌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고용부는 16일 "6월 24일~8월 30일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및 협력업체 9곳 등 14곳을 근로 감독한 결과 위장도급이나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종합적으로 보면 불법파견이 아니다"라고 설명해 궤변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고용부의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은 ▦하청업체가 독립적인 사업주인가 ▦원청업체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를 지휘ㆍ명령하는가 등 크게 2가지로 파견과 도급을 구분한다.
고용부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가 독자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에 사무실과 기자재를 일부 무상으로 제공하고, 수리비용이 삼성전자서비스로 바로 입금되는 것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협력업체들이 자기자본으로 회사를 설립했고 자체적으로 근로자를 채용해 취업규칙을 제정ㆍ운영하며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6월 민주당 을지로('을'을 지키는 길)위원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 내부 문건에 따르면, 협력업체 사장은 대부분 삼성전자서비스 임직원 출신으로 원청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임금을 주고 매년 원청으로부터 경영 감사까지 받는다. 기사 채용과 교육도 원청이 주도한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협력업체들이 삼성전자서비스와만 계약하고 계약이 끊기면 폐업하는 등 전속적으로 원청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사업주로 볼 수 없다"며 "고용부는 형식적인 관계만 놓고 독자성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부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지휘ㆍ명령했다는 것도 부정했다. 기사들이 원청이 제공한 전산시스템과 업무매뉴얼을 따르고 원청으로부터 평가를 받는 점 등이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AS업무 특성상 균질화된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하다는 해석이다. 기사들은 PDA로 직접 본사 콜센터의 업무지시를 받지만 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 은수미(민주당) 의원실은 "고용부가 언급한 서비스업 도급의 특수성은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는 근간 자체를 흔드는 지극히 자의적인 논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최관병 고용부 고용차별개선과장은 '논란의 여지'에 대해 "100% 자신을 못하겠다는 의미로,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판단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드러냈다.
금속노조는 "고용부의 판단은 서류상 형식만 따지고 원청의 실제적 지배력에는 눈 감은 편파적 판단"이라며 "무차별적인 간접고용 사용을 규제해야 할 고용부가 삼성 재벌에 면죄부를 준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와 별도로 6개 협력업체가 기사 80명의 시간외수당 1억4,600만원을 미지급한 것을 지급하도록 조치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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