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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월 16일] 캠퍼스 상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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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월 16일] 캠퍼스 상업화

입력
2013.09.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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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홍익대 정문을 지나 언덕을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대형 부조가 눈길을 끌었다. 하얀 벽의 부조에는 120명의 남녀상이 새겨져 있었다. 작품 제목은 '조국의 투쟁사'. 기도하는 사람, 칼을 든 사람, 승리의 월계관을 든 사람…. "구한말부터 4ㆍ19까지 민족의 저항사를 형상화하여 우리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게 한다"는 게 조각가인 이 학교 최기동 교수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홍익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이 작품은 2006년 졸지에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교 정문'이라는 초대형 건물이 차지했다.

▲ 대학 캠퍼스에 거대한 건물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한 게 그 무렵이다. 광장과 운동장이 사라지고 소비문화의 첨병들이 그 공간을 채웠다. 고려대가 운동장을 헐고 스타벅스, 패밀리레스토랑이 들어선 대형 상업시설을 지었고, 이화여대와 서강대가 지하캠퍼스를 만들어 영화관, 카페, 마트 등 상업시설을 유치했다. 지방까지 열풍이 불어 부산대도 2008년에 체육관을 헐고 대형 쇼핑몰을 지었다.

▲ 연세대 교수들이 대학의 상징인 '백양로'가 캠퍼스 개발로 사라질 상황에 놓이자 릴레이 농성에 나섰다. 교수들은 2015년까지 900억 원을 들여 백양로를 없애고 지하에 주차장을 대폭 확충한다는 학교측의 계획에 반대해 마지막 남은 은행나무 옆에서 천막을 치고 불침번을 서고 있다. 학생과 동문들이 퍼포먼스와 영화제를 개최하며 가세하고 은행나무 앞에서 수업을 하는 교수들도 있다. 과도한 캠퍼스 상업화에 대한 거부의 몸짓이다.

▲ 캠퍼스 내 상업시설 진입은 자치공간 부족뿐 아니라 밥값이 상승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서울대가 1,700원짜리 학생식당 메뉴 식권 값을 인상하려 했던 것도 외부업체 증가가 학내 물가를 올려놓은 때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외부업체 신규 입점 심의에 참여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캠퍼스 상업화가 '학생들의 편의'보다는 학교측 배만 불린다는 것을 대학 구성원들이 이제야 깨달은 듯싶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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