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등 일제시대 한국인 징용자 강제 노역 현장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본보 8월 20일자 1면).
1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규슈(九州)와 야마구치(山口)의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혁명 유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키로 방침을 정하고 17일 이를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일본은 이달 중 최종 추천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할 계획이며 심사를 담당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는 현지 조사 등을 거쳐 2015년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은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의 야하타(八幡)제철소, 나가사키현의 나가사키 조선소 등 현재 가동 중인 시설과 미쓰비시 해저 탄광이 있었던 하시마(端島ㆍ군함도) 등 8개현에 걸친 28개 시설과 유적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은 이들 시설이 막부시대 말기부터 메이지시대(1868∼1912년)에 걸쳐 일본의 중공업 발전을 이끈 귀중한 자산이라며 추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제 시대 한국인이 대거 끌려가 강제 징용을 했던 곳이 상당수 포함된데다 일본이 강제 징용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아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군함을 닮았다고 해서 군함도라고도 하는 하시마는 미쓰비시 그룹 탄광이 있던 섬으로 한국인 징용자들은 '지옥섬' '감옥섬'으로 불렀다. 해저 1,000m까지 내려가는 이 섬의 갱도에서 한국인들은 하루 12시간씩 강제 노동을 했고 이를 견디지 못해 탈출하다 익사한 한국인만도 40~50명에 이른다. 이들을 포함, 1925~45년 하시마에서 숨진 한국인은 122명에 달한다. 나가사키조선소에서는 한국인 4,700여명이 강제 노역을 했으며 이들 중 1,600여명은 원자폭탄 투하 당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문화유산 추천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하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문화유산 후보는 지금까지 문화청이 추천했으나 이번에는 총리실 산하 내각부가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내각부도 세계문화유산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관련 법까지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청은 나가사키 교회군과 기독교 관련 유산을 후보로 추천했으나 내각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역구가 야마구치인데다 그가 추진하는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산업 시설의 등재를 추진한다고 보고 있다.
교도통신은 "세계문화유산은 충분한 관리 보전 방법이 있어야 등재될 수 있다"며 "(지금도 가동중인 시설이 많은) 산업혁명 유산은 보전 방법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소유 기업과의 충분한 합의가 되지 않은 시설을 포함하고 있어 최종 선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