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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극장가·VOD] '관상' 볼까, '우리 선희' 만날까… '스파이' 접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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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극장가·VOD] '관상' 볼까, '우리 선희' 만날까… '스파이' 접선할까

입력
2013.09.1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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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하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부터 성인들끼리만 함께할 수 있는 문제작까지 다종 다양한 영화들이 선보인다. 올해 추석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관계자들에게는 피 말리는 싸움이 되겠지만 관객들은 즐겁기 그지 없는 추석 대전이 예상된다. 한가위 극장가를 둘러봤다.

한국 영화 "초강세 이어가자"

추석 시장을 겨냥해 지난 주 먼저 개봉한 '스파이'는 중학생 이상 자녀를 둔 가정의 극장 나들이에 제격이다. 아내에게 신분을 감춘 채 첩보 활동에 여념이 없는 남편 철수(설경구)와 그런 남편에 불만이 터지기 일보 직전인 아내 영희(문소리)가 이야기의 골격을 세운다. 잘생긴 의문의 사나이(다니엘 헤니)가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영화는 긴장감이란 살을 붙인다. 중요한 작전을 수행 중인 장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서 산통을 깨는 영희 때문에 당황해 하던 철수가 아내와 국가를 한꺼번에 구하는 과정을 웃음에 실어 전달한다. 할리우드 영화 '트루 라이즈'를 연상시키는 얼개이지만 코믹 첩보영화라는 흔치 않은 장르를 큰 무리 없는 연출로 다뤘다.

'스파이'보다는 무게감 넘치는 '관상'은 조선시대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이다. 한성 제일의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이 김종서(백윤식)와 수양대군(이정재)의 권력 다툼 속에 끼어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묵직한 웃음으로 그려냈다. 내경과 그의 매제 팽헌(조정석)의 연기 호흡으로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피비린내 나는 갈등을 통해 권력의 비정함을 묘사한다. 익히 알려진 소재에다 관상이라는 흥밋거리를 보태 극적 재미를 빚어낸다. '스파이'와 '관상' 모두 15세 이상 관람 가다.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다. 국내 영화광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감독들의 신작인데, 이 두 감독의 영화가 낯설기만 한 관객일지라도 조금만 마음을 열면 새로운 영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 선희'는 홍 감독 팬이라면 열광할 만한 작품이다.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선희(정유미)와 그의 대학 은사 최 교수(김상중), 옛 연인 문수(이선균), 학교 선배 재학(정재영)의 야릇한 4각 관계를 담았다. 추천서를 매개로 이뤄지는 선희와 최 교수의 교감, 문수의 선희를 향한 미련, 재학과 선희가 나누는 묘한 사랑이 서로 얽히고 겹치면서 어두운 웃음을 만들어낸다. 우리 일상에 감춰진 삶의 특별한 의미와 순간을 포착해내는 감독의 시선이 날카롭다.

'뫼비우스'는 명절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잔혹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바람 난 남편에 대한 복수심에 아들의 신체에 심각한 훼손을 가하는 엄마의 행동이 한 가족의 파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극단적인 인물과 극단적인 설정으로 그려냈다. 김기덕 감독 특유의 원초적인 에너지가 넘쳐나는 작품이지만 그의 영화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는 관객에겐 추천하고 싶지 않은 영화다.

할리우드 "이번엔 우리 차지"

할리우드는 가족 단위 관객을 적극 공략한다. 특히 초등학생들을 주관객층으로 삼은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 두 편이 추석 대전의 선봉에 선다. 여름 시장에서 한국 영화에 철저히 밀렸던 할리우드로선 추석 대목이 실지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몬스터대학교'는 2001년 개봉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몬스터주식회사'의 후속편이다.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가 12년 만에 선보이는 2편인데 '몬스터주식회사'보다 과거 이야기를 다룬다. 몬스터 세계의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 어린이들의 비명 소리를 수집하고 다니는 주인공 설리와 마이크의 대학 시절에 초점을 맞춘다. 몬스터대학교에 입학한 두 사람이 앙숙이던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손을 잡게 되는 과정이 관객들의 배꼽을 노린다.

또 다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슈퍼 배드 2'도 추석 대전을 뜨겁게 할 가족영화다. 달까지 훔쳐내는 천하 제일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슈퍼 배드'의 2편이다. 전편과 달리 세 딸과 함께 행복하면서도 건전한 삶을 살던 그루가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들과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악이 악을 물리쳐 선으로 대접 받는다는 기상 천외한 설정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 역시 할리우드 속편 영화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나 초능력을 지닌 존재인 '데미갓'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다. 사악한 신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에 맞선 주인공 퍼시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마법의 황금양파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담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섀도우 헌터스: 뼈의 도시'는 천사의 피를 이어 받은 인간의 모험담을 묘사한다. 보통 인간은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상 '다운 월드'와 인간 세상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소녀 클레리의 활약을 화려한 액션에 담아냈다. 15세 이상 관람 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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