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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기자 되어 휠체어로 캠퍼스 누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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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보사 기자 되어 휠체어로 캠퍼스 누벼요"

입력
2013.09.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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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기자는 못 하겠구나 생각했어요. 6월말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 건물 2층 편집국에 면접을 보러 갔다가 30개도 넘는 계단을 보고는 돌아섰죠."

서울대 인문계열 1학년인 이석현(20)씨는 생후 8개월 만에 뇌성마비를 앓아 뇌병변 2급 장애 판정을 받았다.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고, 휠체어를 타야 이동할 수 있다. 오른손은 힘을 거의 주지 못해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왼손으로 펜을 잡고 글을 쓴다. 이씨는 이처럼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올해 3월 서울대에 입학해 화제가 됐다.

기자의 꿈은 접더라도 면접에 불참한 이유는 전화로라도 설명해야 했다. 이씨가 사유를 설명하고 나서 몇 시간 후 권민(23ㆍ사회복지학과 4학년) 대학신문 편집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떻게든 도울 테니 면접을 보라"는 내용이었다. 권 편집장은 "(장애로 계단을 오를 수 없어) 지원자가 면접을 보지 못한다는 건 불합리한 일"이라며 "대화를 나눠보니 이씨의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판단됐고, 그래서 기자로 뽑았다"고 말했다.

당당히 기자가 돼 현재 문화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기사를 취재 중이다. 장애를 가진 학생이 캠퍼스에서 돌아다닐 때 경사로가 어디 있는지 몰라 얼마나 헤매야 하는지, 이동하기 좋은 길은 어디 있는지 등을 알리는 내용이다. 그는 "우리 학교부터 시작해 차츰 모든 대학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애인용 가이드를 만들 계획"이라며 "잘 돼서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가 이 같이 적극적으로 기자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도움 때문이다. 대학 입학과 함께 이씨는 모든 것을 도와주던 어머니 곁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도했다. 거동이 불편해 우선적으로 기숙사 배정을 받을 수 있었고 학교 측에서 전동 휠체어도 빌렸다. 자신만만하게 시작했지만 어느 하나 녹록한 건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서는 기숙사의 무거운 여닫이 현관문을 열고 닫는 것조차 힘겨웠고,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을 때는 앞쪽 자리까지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어 친구들이 부축해줘야 했다.

봄에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캠퍼스를 누비다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경사가 심한 서울대 교정에서도 가장 가파른 공학관 인근 도로에서 전동 휠체어가 멈춘 것이다. 이씨는 "뒤로 넘어지면 어떡하나, 여기서 끝인가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나가던 교수와 학생들이 도와줘 다행히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다시는 그 길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씨는 "서울대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진 편이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더 편안하게 캠퍼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석구석 꼼꼼히 취재해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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