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 소식이 전해진 13일 시민사회단체는 법무부의 상식 밖 감찰을 비판했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분개하는 목소리로 들끓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국가정보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았던 차에 검찰 수장을 청와대 의중을 잘 따르는 인물로 교체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번 사건을 국정원 정치공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 흔들기로 규정하면서 "물러나야 할 사람은 검찰을 다시 권력의 시녀로 만들려 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그 배후"라고 비난했다.
트위터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이재화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은 "조선일보의 '정치 포르노' 보도와 황 장관의 '직권남용' 감찰 지시에 결국 채 총장이 사퇴하고 말았다. 검찰은 황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고 국회는 직권을 남용한 황 장관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썼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3류 저질 정치가 결국 그 결실을 보는군요. 문제의 핵심은 국정원이란 국가기관을 사유화해 권력 연장의 도구로 활용하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유혹을 느끼겠죠"라고 비꼬았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정권 명운이 걸려 '혼외자' 빌미로 몰아내고 말 잘 듣는 총장 앉히려? 사실이면 국가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들도 이번 사태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회사원 김모(35)씨는 "채 총장이 의혹 해소를 위해 유전자 검사까지 받겠다는데 나가라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주부 강모(55)씨는 "오죽 답답했으면 사퇴까지 했겠나. 확인도 안 된 얘기를 언론들이 너무 퍼뜨려서 멀쩡한 사람을 보내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이디 'ch○○○'를 쓰는 네티즌은 "결국 검찰총장이 옷을 벗는군요. 언론과 합작해 검찰을 어떻게 대통령의 시녀로 만드는지, 아버지 때부터 느낌 아니까"라고 유행어를 사용해 꼬집었다. 아이디 '○○생각'은 "조선일보가 불리고 법무 장관이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청와대는 또 모른다고 하겠죠. 국정원 부정선거 진실을 끝까지 파야 할 이유"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채 총장의 처신이 공직자로서 부적절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회사원 김모(26ㆍ여)씨는 "혼외 자식 존재 여부를 떠나 고위층의 이성 문제는 그 자체로 부도덕하다"며 "정말 억울하고 떳떳하다면 끝까지 싸울 텐데, 채 총장은 누가 봐도 떳떳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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