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숯을 가공해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A사의 창고. 이 회사 사장 김모(30)씨가 물품을 정리하던 중 선반 위에 있던 해머가 경리직원 문모(31ㆍ여)씨 머리로 떨어졌다. 문씨가 '에이 씨'라며 화를 내며 돌아서자 김씨가 해머로 문씨의 머리 뒷부분을 두 차례 내리쳤다. 김씨는 범행 도구를 치운 뒤 "회사 직원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CCTV를 통해 사건 전후 김씨가 현장을 오간 것을 확인해 용의자로 지목했으나 김씨가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해 일단 돌려보냈다. 하지만 며칠 뒤 경찰은 김씨 집 근처에서 피 묻은 해머, 장갑, 셔츠 등이 든 봉지를 발견, 김씨를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3일 살인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김씨가 직원이 사망하면 보상금을 받는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 보험금을 노려 문씨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김씨는 고급 외제차 두 대와 보트를 보유하고 승마도 즐기는 등 씀씀이가 컸다. 최근에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발생 20여일 전에는 문씨가 몰던 회사 차량에서 불이 나 차량이 전소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당시 문씨는 경기 청평에서 김씨와 점심을 같이 먹은 뒤 혼자 서울로 차량을 운전해 돌아오는 길이었다. 불은 문씨가 청평에서 출발한 지 5분 뒤 승용차 뒷좌석에서 시작됐고, 문씨는 곧바로 차에서 내려 화를 면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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