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12일(현지시간) 시리아에 군사공격을 반대하는 기고문이 나란히 실렸다. 기고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단연 관심이 미국인에게 강연하듯 쓴 푸틴의 글에 몰리면서 군사적 공격은 효과가 없다는 카터의 충고는 아무런 반향을 얻지 못했다.
시리아 사태 중재를 계기로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 푸틴에 대한 워싱턴의 반응은 감정적으로 흘렀다. 백악관과 의회까지 나서 반감을 드러내며 비판이 커지자 NYT는 이례적으로 기고문 게재 이유까지 설명했다. 기고에서 푸틴은 "타국 내부 갈등에 군사개입을 하는 게 미국의 일상이 됐다"며 "미국의 이익을 위해 그런 게 아니냐"고 미국의 예외주의를 비꼬았다. "시리아 군사개입도 이런 동기에서 비롯되지 않았느냐"고 의심했다. 그는 또 "미국을 민주주의 모델이 아닌 폭력에 의존하는 국가로 보는 세계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유엔승인 없이 미국이 군사 개입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미국의 아픈 부분까지 들췄다.
의회는 오랜 만에 초당적으로 나서 푸틴을 맹비난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푸틴의 글이 나를 욕보였다"고 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역시 "역겹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의 미국 예외주의 비판을 겨냥해 "기고문 게재는 미국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예외주의적 전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이러니"라며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는 후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셜네트워크에서도 '푸틴의 농담'으로 평가절하하는 반응이 많았으나 "푸틴이 진정한 문제를 제기했다"거나 "그의 군사개입 반대에 찬성한다"는 발언도 적지 않았다. 한 인사는 "푸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의 군사개입 승인 결의안을 얻는데 실패하기 직전 구명튜브를 던져 구해냈다"며 "그를 긍정적 힘으로 이용하면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했다.
이런 푸틴에 대해 NYT는 오바마가 교실에서 딴짓하는 따분한 학생으로 비유했던 그가 세계 중앙무대에 진출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푸틴의 기고를 실어준 편집자 앤드루 로젠탈은 "재미 있고 뉴스가치가 있는 주장을 (독자에게) 제공하려 했다"며 "이념적 잣대가 기준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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