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용키로 방침을 정하자 찬반 여론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공적자금으로 살려낸 저축은행을 고금리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대부업체가 인수하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는 논리와 저축은행을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현실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교저축은행(부실 정리가 진행 중인 저축은행)과 향후 매각되는 저축은행에 한해 대부업체의 인수를 허용키로 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대부업 관리감독 및 정책 방향'을 23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대부업체의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허용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법적으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는 전혀 문제가 없다. 2010년 9월 정부가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대부업체의 저축은행인수를 허용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계 대부업체인 제이트러스트가 영업 정지된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금융당국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제이트러스트에게 저축은행 인수의 전제조건으로 대부업을 포기하도록 한 것.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가 2010년 이후 10여 차례 저축은행 인수에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실패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최근 금융당국의 입장이 변한 것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상당수 부실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통한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가 저축은행에 쏟아 부은 공적자금은 20조원을 훌쩍 넘긴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 금융지주사, 국책은행 등이 떠밀리다시피 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더 이상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 인수를 '숙원'으로 여기는 대부업체 외에는 대안이 없는 셈이다.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가 대부업 양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저축은행 고객의 신용등급은 5~8등급인 반면 대부업 이용자는 7~8등급이 주를 이룬다. 이미 절반 정도 고객군이 겹치는 데다 상당수 저축은행이 부실로 인해 금리가 30%대까지 상승, 대부업과 큰 차이가 없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 부실로 10~2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이 줄어들면서 고금리의 대부업이 오히려 성장한 측면이 있다"며 "대부업체가 저축은행 인수 후 10% 후반대로 대출을 해주면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12일 성명서를 통해 "서민을 상대로 한 고리대금으로 사실상 약탈적 대출을 해 온 대부업체에게 국민 혈세로 살려낸 저축은행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저축은행법상 규제가 있었음에도 부실을 차단하는데 실패했는데, 금융당국이 검토중인 대부업체 신규 영업 최소화, 저축은행의 대부업체 대상 대출 금지 정도의 보완으로 저축은행 부실 재발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수신기능을 갖춘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의 자금조달 창구가 돼 제 2의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 구체적인 허용범위와 보완장치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국이 직접 대부업체를 감독하고 검사와 제재권까지 갖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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