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정부와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세종시 이전에 합의했다가 두 시간 만에 번복하는 소동을 벌였다. 최근 잇따른 당정 불화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부의 소통부재까지 드러냈으니 소동이 아닌 사건이다.
새누리당 국회 안전행정위원과 해수부는 그제 오전 당정협의에서 해수부와 미래부의 정부 세종청사 이전에 합의, 동시에 이를 발표했다. 황영철 새누리당 안행위 간사는 "연말까지 이전이 마무리되도록 의견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두 시간 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해수부와 미래부의 세종시 배치는 확정된 바 없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해 확정할 것"이라고 이를 뒤집었다.
여당 정책위원회가 상임위원들의 뜻을 깔아뭉개고 나선 이유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바라는 부산 유권자의 반발과 그에 편승한 부산출신 의원들의 저항이 빚을 정치적 악영향을 고려한 셈이다. 그렇다고 해수부의 세종시 이전을 불발시킬 만한 합리적 이유를 새로 찾은 것도 아니다. 이 문제는 이미 박근혜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확정했고, 실제로 해수부의 세종시 입주도 이뤄진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의 논의에서 새삼스럽게 부산 이전 주장이 제기되더라도 부산출신 의원들의 체면치레용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번복 소동으로 잔 매 맞을 시간을 늦춰봐야 기껏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까지다. 눈앞의 작은 정치적 이해를 저울질하느라 훨씬 더 크고 중요한 국민의 정치적 신뢰를 해친 어리석은 짓이다. 엉뚱하게 불똥이 튄 미래부의 억울함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여당의 조속한 자기중심 회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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