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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ㆍ중기맞춤 금융상품 '요란했던 빈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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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ㆍ중기맞춤 금융상품 '요란했던 빈수레'

입력
2013.09.12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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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서 형편이 어려운 서민과 중소기업을 위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시장에서 차가운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하우스푸어 대책용으로 출시한 '신탁 후 임대'(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의 경우 지금까지 단 7건(21억3,500만원)만 팔렸고, 렌트푸어를 돕겠다고 최근 출시한 '목돈 안드는 전세대출'상품은 2주 동안 8건(2억7,800만원) 팔리는데 그쳤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주요 은행들이 서민ㆍ중소기업,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등을 위한 맞춤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신청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주택담보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푸어가 신탁등기로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면, 신탁 기간 동안 월세를 내는 방식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신탁 후 임대' 상품은 우리금융지주에서 지난해 11월 출시했다. 하지만 대상자가 우리은행 대출자로 한정돼 있고, 다른 은행에 빚이 없어야 한다. 우리은행은 당초 올 7월까지만 운영하려고 했으나, 새 정부에서도 하우스푸어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신청자 거의 없음에도 올 연말까지 판매를 연장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상자가 제한적이라 판매가 부진하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조건을 개선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은행의 '동산담보대출'도 월평균 300억~500억원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5월 대출대상 완화, 담보인정비율 확대 등 요건을 완화했지만 도입 초기인 지난해 8월 실적(1,053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계나 원자재를 비롯해 가축이나 농수산물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구조라, 담보물 관리가 까다롭고 가치평가가 어려워 은행들이 대출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렌트푸어 구제책인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도 지난달 23일 출시 이후 실적이 초라하다. 박 대통령의 공약상품이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은행 등이 일제히 출시했지만, 기존 전세대출 상품과 금리차이가 없는데다 ▦대출자 부부합산 연봉 6,000만원으로 제한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양도한다는 내용 동의 등 조건이 까다로워 신청자가 거의 없다.

이런 상품들 정부에서 각종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융회사를 반강제적으로 끌어들여 급조한 상품들이어서, 상품 개발이나 판매에서 금융회사들의 적극적 자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이 서민 재산형성에 도움을 주겠다고 18년 만에 부활시킨 재형저축도 이런 졸속 행정의 대표적 실패 사례다. 지난달 말 현재 국내 17개 은행의 재형저축 누적 가입계좌 수는 전달보다 586개 줄어든 174만8,835개로 가입보다 해지가 더 많아 이미 퇴출의 길을 걷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올 1월말 가계부채 문제와 노후대책으로 재형저축 제도 부활을 요구해 한 달 만에 만들어진 상품이다. 하지만 이자율이 3.5%에 불과한데도, 7년씩 자금을 묶어둬야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도 낮은 이자에 7년씩이나 자금을 묶어두기 어려울 것이고, 은행 역시 역마진이 우려되는 저금리 구조 탓에 더욱 높은 금리 또는 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적 기능이 강조되는 금융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금융기관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갖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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