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제품을 내놓자마자 시장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까지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12일 외신에 따르면 UBS는 애플의 목표주가를 560달러에서 520달러로 내렸고, 크레딧스위스(CS)는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사실상 강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도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꿨다. JP모건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바꾸지는 않았지만 부정적 코멘트를 내놓았다.
투자은행들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애플이 사상 처음으로 내놓은 저가형 스마트폰 '아이폰5C'의 가격이다. 말이 저가폰이지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동통신사의 보조금과 2년 약정 할인을 받으면 아이폰5C 16기가(GB) 제품을 99달러(약 11만원)에 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조금이나 약정할인을 받지 않으면 가격이 무려 549달러로 올라 간다. JP모건과 CS는 "(보급형이라고 하기엔) 싼 가격이 아니다"고 평했다. 당초 미국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아이폰5C의 가격을 300~400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지난해 나온 아이폰5를 사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인터넷에 쏟아졌다. 미국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360달러 선에 거래되던 아이폰5는 애플이 신제품을 발표하며 아이폰5 단종 계획을 밝힌 뒤, 440달러 선까지 거꾸로 오르는 기현상을 빚었다.
시장에선 중국 등 신흥시장을 겨냥한 아이폰5C가 과연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UBS는 "아이폰5C가 중국 등지에서 가격이 40∼50% 더 싼 스마트폰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 정도 가격대론) 저가시장을 공략하기 힘들어 아이폰 시장 점유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정쩡한 가격정책이 애플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얘기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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