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 노사도 임금단체협상에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8월부터 시작돼 파업으로까지 이어졌던 현대ㆍ기아차 노사갈등은 매듭지어졌다.
노사가 한발씩 물러서 최악의 전면파업사태는 피했지만 올해도 상당한 생산차질과 경제적 후유증을 남김에 따라, 노사관계의 근본적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기아차 노사가 12일 기본급 9만7,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500%+870만원지급, 주간연속2교대 여가선용 복지 포인트 50만 포인트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임금협상안에 합의했다. 기아차 노조는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칠 예정이며,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가결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노조는 협상과정에서 수 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7만3,462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졌고, 이로 인한 손실금액은 1조4,3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회사측은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작년 한 해에만 14만4,978대의 생산차질, 2조7,396억원의 매출손실을 입은 것에 비하면 올해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지만 미국시장이 살아나고, 글로벌 경쟁 업체들이 여기서 폭풍 성장하는 동안 발생한 파업이어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시장의 회복 속에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은 20%가 넘는 판매신장률을 기록했지만, 현대ㆍ기아차는 한 자리수로 저조했으며 이로 인해 현지 시장 점유율은 6개월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순위도 닛산에 밀려 7위로 하락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최종 합의안에서 배제됐다는 점. 예컨대 ▦법정 정년이 60세 임에도 61세까지 늘려달라고 한다거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직원자녀에게 1,000만원씩 지급하라는 요구한 것 ▦노조활동과 관련해 면책특권을 달라고 한 부분 등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에 대해선 최대한 보상하지만 상식과 원칙을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는 끝까지 수용하지 않은 게 이번에 얻은 수확"이라며 "앞으로도 회사는 이 같은 원칙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경제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도 매년 갈등이 반복되는 현대ㆍ기아차 노사관계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게 현실.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내년에도 또 파업을 벌일 것이고 결국은 회사도, 노조도 모두 피해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파업으로 회사도 1조5,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봤지만, 근로자들도 파업에 따른 무노동무임금에 따라 350만원 정도씩 실질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에 따른 근로자 임금손실을 성과급으로 메워주곤 했는데 사측도 이젠 원칙을 확고히 지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많은 기업들의 적대적 노조들이 지금은 사측과 협력적, 실리적 관계로 전환됐지만 현대기아차의 노조만 예외로 남아 있다"며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사측은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고 노조도 정규직끼리만 연대해 잔치를 할 게 아니라 차라리 사ㆍ내외하청까지 아우르는 성숙한 노동운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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