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해외순방 설명회를 가진 뒤 국정 전반의 문제를 두고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을 갖자고 민주당에 전격 제안했다. 그간 민생 관련 5자 회담을 고수해왔던 청와대가 정국 경색을 풀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G20 정상회의와 베트남 순방의 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방문해서 국회의장단과 여야 대표들을 만나 상의하면서 국익에 반영되도록 하고자 만남을 제의한다"며 "이어 여야 대표 3자 회담을 통해 국정전반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점 등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화에 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회담 날짜와 관련, "일단 (추석 전인) 월요일(16일)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청와대가 아닌 국회에서 야당대표와 '정국 관련 회담'을 하자고 제안한 것은 전례가 없다. 이 수석은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려는 자세이며 정국 교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담 의제에 대해서도 이 수석은 "그 동안 야당에서 제안하고 말씀한 현안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자는 것"이라며 민생문제로 국한했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섰다. 야당이 요구해온 국정원 문제도 다루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은 우선 국회 마비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추석 이후에도 여야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경우 야권의 협조가 필수적인 민생 법안의 통과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론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국 경색을 풀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특히 박 대통령이 그간 선을 그어왔던 국정원 문제까지 의제에 포함시킨 것은 회담을 통해 이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사과 표명 등 야당의 요구사항을 수용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서 국민과 정치권의 의구심을 털고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청와대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채 회담을 일방적으로 제안했다며 수용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대화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생략한 것으로, 제안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국정원 개혁에 대해 어느 정도 의지가 있는지 청와대 의중을 파악해야 공식 입장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의 구도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지만, 박 대통령이 회담 의제와 형식에서 상당히 양보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거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욱이 추석 전에 정국 경색을 풀어야 한다는 여론의 높은 압력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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