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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이야기/9월 13일] 지혜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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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이야기/9월 13일] 지혜와 말

입력
2013.09.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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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가급적이면 말을 많이 하려고 하고 상대방이 자기 말에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거의 본능과도 같은 욕망이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내가 말을 많이 하고 있다는 자각이 들어서, 가만 말을 멈추고 내가 무슨 말을 얼마나 했던가를 곰곰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말을 하는 동안에는 깊이 관찰하고 사고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깨달음이 밀려오는 것이었다. 사람이 말을 하는 동안에는, 생각의 눈은 그 자신의 욕망만을 향하기 마련이다. 말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사유나 사고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좋은 생각이란 말을 할 때는 떠오르지 않는 법이다. 무언가를 오랫동안 바라볼 때, 다시 말해 말을 멈추는 시간이 길어질 때 생각하지도 못했던 좋은 생각이 들어온다. 우리는 그것을 지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말을 멈추는 순간, 말들이 일사불란하게 증명해 보이던 어리석음이나 만용도 자취를 감춘다. 우리는 그때 아주 잠시, 가까스로 현명해질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현명한 상태를 민망하게 여기거나 견디지 못한다. 그는 불행하게도 입을 다시 열고 어리석음이 가득한 세계로 돌아가고 만다. 그렇다면 현명해진 상태를 오래 견디거나 즐기는 이를 우리는 '지혜로운 자'라고 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알고 보면 단순하다. 혀보다 눈을 피로하게 하라는 것.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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