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됐던 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피의자 중 한명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입원 치료를 이유로 세 차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 6월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법률적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결국 경찰은 병실까지 찾아가 김 전 차관을 조사하는 반쪽 수사로 사건을 마무리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현직 검찰 간부의 친형인 전 서울 A세무서장 B씨 뇌물수수 혐의를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B씨가 로비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 S골프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검찰에서 6차례나 기각 당했다. 이후 소환에 불응하고 태국으로 출국한 B씨가 현지 경찰에 붙잡혀 8개월 만에 송환됐지만 올해 4월 경찰이 신청한 사전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검찰의 영장 기각 때마다 속을 끓이던 경찰이 독자적으로 영장 신청권 확보를 위해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수사권 조정 이행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 번 검ㆍ경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된다.
해양경찰청과 한국비교형사법학회는 13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국민안전을 위한 경찰 수사전문화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제목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경찰이 준비한 핵심 주제는 '영장 신청권 실효성 확보방안'이다.
이 행사에서 윤동호 국민대 법대 교수는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그간의 사건들에서 검찰이 영장 기각한 이유들이 석연치 않다는 분석과 함께 경찰의 영장 청구권 확보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윤 교수는 "경찰이 신청하면 검찰이 검토해 법원에 청구하는 현 영장제도의 문제점이 노출돼 관련 내용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미나의 사회는 평소 수사권(경찰)과 기소권(검찰) 분리를 주장해온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검찰의 독점적인 영장 청구권은 1961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반면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별개로 경찰은 그동안 형사소송법 전문가 등에게 의뢰해 수사권 독립 관련 논리를 상당히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의 영장청구권이 명시된 헌법 개정 가능성도 따져본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검찰과 경찰이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협조, 견제하는 수사 구조가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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