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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대리시험 봐 줍니다" 스펙 사회 노리는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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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대리시험 봐 줍니다" 스펙 사회 노리는 사기

입력
2013.09.11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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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토플 고득점 대리시험 봐드립니다.' 5월 인사평가를 앞두고 급하게 토익 점수가 필요했던 회사원 김모(40)씨는 인터넷 광고의 유혹에 넘어가 200만원을 입금했다. 대리시험 업체는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선금 200만원, 성적 발표 후 200만원을 나눠 입금하라' '적발을 피하기 위해 기존 본인의 점수에서 300점 이내로만 올릴 수 있다'며 그럴듯한 말로 김씨를 속였다. 약속한 날짜에 점수가 나오지 않아 김씨가 사이트를 확인했을 땐 이미 폐쇄된 뒤였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11년 4월부터 지난 9월까지 인터넷에서 시험 대행사이트를 운영, 88명으로부터 2억여원을 가로챈 강모(41)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강씨는 중국에 머물다가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가 체포됐다.

강씨는 애초에 대리시험을 봐줄 생각이 없었고 성적표는 누가 봐도 위조 흔적이 역력했는데도 2년간 사기행각을 들키지 않고 88명이나 속여넘겼다. 승진, 취업 등을 위해 스펙에 목마른 직장인, 대학생이 희생양이었다. 토익, 토플, 의사 국가시험, 전기기사 자격, 대학 편입학 시험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그는 반신반의하는 의뢰인들에게 '사진, 신분증, 시험 아이디, 비밀번호, 연락처 등을 보내주면 컴퓨터 합성으로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거나 '수천 명의 인력 풀에서 의뢰인과 가장 비슷한 사람을 고르기 때문에 절대 들키지 않는다'는 자세한 안내로 의심을 잠재웠다. '비싼 학원비나 교재비를 생각하면 대리시험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꾀면 쉽게 돈이 들어왔다.

강씨는 회유에 넘어간 의뢰인들이 선금으로 200만원을 입금하면 즉시 의뢰자의 IP 접속을 차단해 사이트가 폐쇄된 것처럼 위장했다. 유해사이트 접속 차단에 걸리지 않기 위해 2년간 사이트 주소를 30여 차례나 바꾸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서버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중국 길림성 일대에 머물면서 포털사이트, 어학원 게시판 등에 글을 올려 사이트를 홍보하는 치밀함을 발휘했다. 의뢰자의 돈은 중국 환치기 업자들이 국내 은행에 개설한 계좌로 입금 받은 뒤 중국 돈으로 바꿔 받아 수사망을 피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치열해진 스펙 경쟁 속에서 절박한 상황에 처한 수험생들을 노린 대리시험 관련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리시험 광고는 대다수가 사기인데다 대리시험이 실제로 실행되면 의뢰자도 처벌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의뢰자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은 신고를 주저하는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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