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였던 이모(47)씨는 최근 경북 포항시에 창호 가게를 내고 하루하루 살맛 나게 보내고 있다. 아픈 아버지와 중풍에 걸린 아내, 두 자녀와 형의 사업 부도로 떠맡게 된 조카까지 돌보느라 수급자가 됐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꿈도 못 꿀 일이다.
이씨의 인생 2막을 가능하게 한 것은 3년 전 가입한 '희망키움통장'. 매달 근로소득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 장려금과 민간 후원금을 보태 적립해주는 통장이다. 이씨는 막노동도 마다하지 않고 일한 덕에 지난해 3월 수급자에서 벗어났고 통장 만기일인 지난 5월 본인 적립금의 7배에 이르는 총 2,616만원의 목돈을 마련해 창업을 할 수 있었다.
정부가 '일하는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2010년 도입한 희망키움통장의 가입자 10명 중 7명이 3년 안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만기 3년이 지난 전체 가구(3,409가구)의 67.2%(2,290가구)가 수급자에서 벗어났다. 만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수급자인 239가구에 3개월의 유예기간을 준 것을 감안하면 탈(脫)수급률은 70%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통장 적립금 사용 용도는 주택 구입ㆍ임대가 71.7%로 가장 많았고, 교육비(15.5%), 창업ㆍ운영 자금(12.7%)이 뒤를 이었다.
희망키움통장의 가입 대상은 근로ㆍ사업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60%(4인 가구 기준 월 93만원) 이상인 기초생활수급자 가구. 본인이 매달 1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근로장려금(월 평균 25만원), 민간에서 후원금 10만원을 보태 적립해주고 3년 안에 수급자에서 벗어나면 만기 때 전액을 지급한다. 3인 가구의 경우 최대 2,400만원, 4인 가족은 최대 2,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가입자는 3만2,000가구다.
복지부 관계자는 "희망키움통장이 기초생활수급자의 자립 지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가입 대상자를 차상위계층까지 넓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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