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문제로 중년의 두 남자가 다투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백주대낮에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는 나조차 민망할 정도였다. 살다 보면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다른 이와 '결사항전'을 벌이는 일을 자주 볼 수 있다. 주차 문제뿐만 아니라, 층간소음 문제로, 또는 아이 문제로, 그리고 쓰레기 투기 문제로 우리는 이웃들과 언짢은 표정과 고성을 주고받는다. 이때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필연적으로 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고성을 지르며 시비를 벌일 때 설령 그 싸움에서 상대방을 굴복시켰다고 해도 우리가 그를 승자라고 볼 수 있을까. 그는 혹시 알고 있을까. 상대방을 물리쳤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자신은 본인의 인격을 스스로 살해하고, 인상을 쓰며 고성을 지르면서 본인에게 완패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나가는 이들로부터 받았을지도 모르는 조롱까지를 포함하면, 그는 결코 이겼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다툴 때 소리를 높이는 것을 좋아할까. 그렇게 자신의 그악스러운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 뭐가 그리 좋은 걸까. 스트레스와 피로가 유독 많은 사회여서 그렇게라도 하면서 쌓였던 화를 풀어내려고 하는 걸까. 분하고 화가 나는 일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더욱 많은 승리를 거뒀으면 좋겠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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