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가 11일 경남 밀양지역 765㎸ 송전탑 건설 갈등 현장을 찾아 반대 측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선다. 밀양 송전탑 사태가 불거진 이후 정부 최고위급 인사 방문이다. 정 총리의 방문은 주민동의를 구하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로, 정부가 공사재개를 위한 수순 밟기에 나섰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10일 국무총리실에 따르면 정 총리는 11일 오전 밀양 산외면사무소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와 엄용수 밀양시장 등과 함께 송전탑 건설 갈등 해결방안을 논의한다. 오후에는 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단장면사무소로 이동해 반대 측 주민들을 직접 만나 요구와 우려사항 등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어 밀양시청에서 지역 주민들과의 간담회도 갖기로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가 그 동안 논의를 통해 합의한 사항들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언급된 적 없는 '새로운 선물'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발족된 협의회(위원장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밀양시가 추천한 주민대표 위원 10명과 한국전력 측 5명, 밀양시 공무원 2명, 경남도 공무원 1명,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1명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원전 3호기(설비용량 140만㎾급)에서 생산하게 될 전기를 실어나르기 위한 송전탑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다른 지역들과 달리, 밀양 지역 주민들은 "건강권을 위협하는 고압 송전탑 대신 지중화 방식 송전선로가 유일한 대안"이라며 공사에 반대했고, 한전은 "지중화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총 161기의 철탑 중 109기가 이미 완공된 상황이라 밀양지역에 송전탑을 세우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로 인해 공사 강행과 중단, 재개가 반복되면서 갈등이 고조됐고, 올해 5월 국회 중재로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돼 제3의 대안도 모색해 봤지만 이마저도 소득 없이 끝났다.
정부와 한전은 정 총리의 현장 방문, 협의회의 합의안 발표 등을 통해 장기간 지속돼 온 밀양 송전탑 갈등이 해소되고 공사가 원만히 재개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총리가 직접 주민들을 향해 공사 협조를 당부하는 만큼, 전력난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진정성을 지금까지 공사에 반대해 온 주민들도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하지만 방문시점을 두고 반대 측 주민들 사이에선 "공사 강행을 위한 명분쌓기용 포석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전은 신고리 3호기 준공시점(내년 3월)에 맞춰 상업운전을 시작하려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내부 방침을 정했다. 공사 재개를 코앞에 둔 지금에야 주민 설득에 나선 것은 진정성 있는 대화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공사를 곧 강행하겠다는 '최후통첩'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때문에 주민들이 정 총리의 대화 요구에 아예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어, 밀양 사태의 향후 전개를 좌우하게 될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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