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1위를 자랑하던 파생상품시장의 거래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활성화를 두고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마찰을 빚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규제완화가 불가피하다'는 거래소의 주장에 대해 금융당국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9일 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4억2,900만 계약으로 작년 상반기(13억9,400만 계약)보다 69.2% 급감했다. 2011년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순위는 2012년 5위로 하락한 뒤 올 상반기 11위로 주저앉았다.
거래대금의 경우 대표상품인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11.6%, 8.1% 줄었다. 또 다른 장내파생상품으로 관련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던 주식워런트증권(ELWㆍ개별 주식 또는 주가지수와 연계해 미리 매매 시점과 가격을 정한 뒤 약정에 따라 해당 주식 또는 현금을 사고 팔 수 있는 권리)은 사실상 고사 상태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010년에는 3조원에 육박했지만, 올 들어 평균 1,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증권업계는 파생상품시장의 갑작스러운 추락의 원인으로 규제를 꼽고 있다. 작년 3월 '개인의 투기거래를 막는다'며 코스피200옵션 계약 단위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5배 인상하고 ELW 시장의 유동성공급자(LP) 호가제한 제도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투기 거래를 차단하려는 규제로 인해 개인의 시장 참여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이로 인해 기관과 외국인도 발을 빼면서 시장 전체가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ELW를 제외하면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규제는 사실상 없다"며 "현물 시장의 거래가 위축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이며 과거 시장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성장했던 것에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또 옵션 시장의 계약 단위가 5배 인상되면서 거래량이 감소하는 게 당연한데도 거래소가 파생상품 시장이 추락하는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ELW 시장에 대해서는 규제가 과도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거래소는 LP 호가제도 폐지를 골자로 한 ELW 회생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금융 당국은 거래소와 업계의 투기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거 전체 증권시장을 교란한 것에 대한 아무런 재발방지 대책 없이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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