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찰서엔 한국 출신 형사들만 근무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 정보보안과 외사계에 가면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졸업한 중국계 인도네시아인 출신 형사를 만날 수 있다. 2008년 7월 귀화인으론 '경남도 1호 경찰관'으로 특채된 주지강(43)경장이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경찰관에 지원했는데 벌써 5년이 됐네요."
그가 한국에 온 것은 1995년.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한 완구공장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던 박미향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박씨와 결혼한 주 경장은 산업연수생 송출회사에 근무하다 2000년 귀화, 수원 주(周)씨 시조가 됐다.
주 경장은 이후 같은 회사에 근무하다 경찰이 된 친구의 부탁으로 경찰 통역일을 돕다가 외국인 특채로 경찰에 투신했다. 중국동포 출신 신춘화 경장 이후 두 번째 귀화 경찰관 기록도 세웠다.
국내 인도네시아인 근로자들에게 그는 유명인사로 통한다. 경기 안산 다음으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김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면허 취득이나 체류 관련 문의가 그에게 몰리는 건 자연스런 일. 주 경장은 한국 문화에 서툰 외국인 근로자들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을 때마다 속상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저지르기 쉬운 원동기 무면허 운전을 막기 위해 '주말 외국인 면허반'을 만들기도 했다.
5년 간 경찰 생활 중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당시 인제대에서 열린 국제합창단대회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합창단원 10여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됐다. 주 경장은 "통역을 지원하느라 인제대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며 "다행히 모두 잘 치료 받고 돌아가 보람이 컸다"고 떠올렸다.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 밖에는 수원에 있는 가족을 볼 기회가 없는 게 아쉽지요. 하지만 경찰관이 된 것에 대해선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