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언제쯤, 어떤 규모일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중국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과학자들의 개별적 연구는 있었지만 양국이 공식적으로 공동 연구에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공동 연구의 한국측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연) 책임연구원은 "백두산 지하 깊숙이 커다란 구멍을 뚫어 마그마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폭발 시기와 규모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16년까지 중국과학원(CAS)과 현장 조사를 벌여 최적의 시추 위치를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질연 서울대 등의 전문가 12명이 지난달 백두산에서 중국 과학자들과 첫 조사 활동을 벌였다.
지금까지 백두산 화산 활동 연구는 대부분 지진파 측정이나 화산재 관찰 등 지표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것으론 정확한 폭발 시기나 규모를 추측하기 어렵다는 게 대다수 학자들의 견해다. 공동 연구팀이 지하에 눈을 돌린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적 시추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 '국제 대륙지각 시추 프로그램(ICDP)'에 인력과 기술 지원도 요청할 예정이다. 땅 속의 엄청난 열과 압력, 습기 같은 극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팀에 한국 과학자는 30여명, 중국도 수십 명 규모의 과학자가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은 2년간 3,000만원을, 지질연은 1년간 5,000만원을 지원하며, 중국 자연과학기금위원회도 매년 1억원씩 3년 동안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의 관측에 따르면 최근 백두산 부근에 지진이 잦다. 1970년대 이후 백두산 근처에서 일어난 규모 7 이상의 대형 지진은 총 네 번(1973, 1994, 1999, 2002년)이다. 이 연구원은 "이들 지진으로 발산된 에너지를 합하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000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