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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이야기/9월 11일] 국정원 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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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이야기/9월 11일] 국정원 원훈

입력
2013.09.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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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인지, 이제 와서야 정말 궁금해졌다. '베를린' 같은 영화를 보면 국정원 요원만큼 분초를 다투며 위중한 업무를 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대선개입과 댓글 관련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국정원 요원만큼 한심하고 찌질한 업무를 보는 사람 또한 없을 것 같다. 홈페이지를 들여다본다고 해서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 간극의 발생점이나마 대략 짐작해 보고 싶었다할까.

하지만 업무소개나 관련법령의 설명보다 내 눈길을 잡아끈 것은 국정원 '원훈'이었다. 이렇게 적혀 있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와. 거의 금욕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국가기관의 대문을 장식할 모토라기보다는 어떤 스토아학파 철학자의 내면적 규율 같다. 그렇기만 하다면 뭘 더 바라겠는가. 엄격하게, 깐깐하게, 세파에 휘둘리지 않고, 명예나 보상 따위 안중에 두지 않고, 만민의 자유를 위해, 이해득실을 초월한 진리를 위해, '무명'으로 조용히 헌신할 것을 지향한다면. 이 모토가 부디 뜬구름 잡는 헛소리가 아니라 굳건하고 신실한 지향점이었으면 좋겠다. 원훈의 세부 설명에는 다음과 같은 다짐도 적혀 있다. '정치적 중립을 확고히 지켜나가면서 (……) 어떤 이해관계에도 치우치지 않은 객관적이고 진실된 정보만을 제공하겠습니다.' 다짐을 넘어, 실천도 그렇게 해주길 간절히 빈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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