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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색깔론 VS 반민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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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색깔론 VS 반민주론

입력
2013.09.0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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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치가 격화하면서 정치권 전체가 지난 30년간 해묵은 '색깔론'과 '민주 대 반민주'대립 구도로 회귀하고 있다.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했던 정치 프레임에 함몰되고 있는 국면이다. 더욱이 대화 상대방을 배려해 절제해야 할 여야 지도부까지 자극적인 언사로 이를 부추기고 있어 가히 막장 정치로 치닫는 분위기다.

9일 여야는 당대표가 직접 나서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의 숙주(宿主)"로 비유하며 "지금도 (종북세력을) 비호하지 않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자극했고,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정원 사태를 두고 독일 나치를 끄집어 냈다. 김 대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만행에 사과한 점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헌정파괴로 규정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직접사과를 요구했다.

사실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사태 이후 새누리당의 '색깔공세'는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석기 의원 제명을 추진하는 등 새누리당의 '종북척결' 공세는 통합진보당보다는 오히려 야권연대의 정치적 책임을 빌미로 민주당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국회의 자유민주주의 확립보다는 정파적 목적이 더 돋보이는 대목이다. 실제로 여권이 현재의 공안정국을 10월 재ㆍ보선이나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도 "쿠데타 세력의 후예""총통을 꿈꿨던 독재자(박정희 전대통령)의 비극적 생 마감"등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집권한 여당을 매도하는 언행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여권의 색깔 공세 저지와 국면전환을 위한 방어적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상궤를 벗어났고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가 이처럼 80년대의 낡은 논리와 주장을 꺼내든 것은 지지층의 감성을 자극해 손쉽게 정치적 이익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대중에게 먹히는 이슈는 새롭고 단순해야 하는데 작년 대선국면부터 나온 국정원 댓글 사건이 최근에 터진 이석기 사건의 충격을 따라가기 힘들어 야당이 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평가했다. 양쪽 모두 익숙한 무기를 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인 셈이다.

민주주의가 성숙했고 시대가 변했음에도 정치권이 새로운 정치프레임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익숙해진 단기효과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손쉬운 빨갱이, 간첩타령과 이에 대한 독재자 타령만 늘어놓고 있다"며 "이럴 경우 정치인 개개인의 경륜과 능력은 무시되고 비전을 제시하고 공과를 판정 받는 상식적인 정치과정이 생략되게 된다"고 비판했다. 양승함 연세대 사회과학대 교수는 "오래된 이념적 양극화 속에서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야당의 버티기 행태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런 정치적 퇴행은 정치실종으로 귀결되고 국가경쟁력 약화와 민생 피해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 그 폐해가 심각하다. 보육이나 취업, 부정부패 척결, 투명한 경제 등 국민 삶과 직결되는 현안을 정치권이 쳐다보기나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종북세력을 척결하되 진보적 아이디어가 숨쉬도록 하고 기득권 정치세력 약화나 대기업중심 경제개선 등에 경쟁적으로 답을 내놔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주도권 다툼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며 "누구도 이익을 보지 못할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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