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보다 두 배나 많은 자녀 학자금이 지급되고, 25일이나 업무 공백이 발생해도 아무 문제가 안되는 해외지사.'
한식 국제화와 우리나라 농수산식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책임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글로벌 신경망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확인됐다.
9일 공사에 따르면 미국 유럽 동남아지역 5개 해외지사에 대해 종합감사를 벌인 결과, 불투명한 회계처리 및 예산집행 사실이 다수 적발돼 관련자 9명에 대해 경고 및 주의조치가 내려졌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지사에서는 초ㆍ중ㆍ고 자녀 학자보조금은 1인당 월 600달러(66만원)까지만 지급하고, 초과액은 50%만 회사가 부담한다는 규정이 지키지 않았다. 지사장에게 5,490유로(780만원)만 지급해야 하는데도, 초과분 전액이 지급된 것이다.
현지에서의 시장 조사와 '음식 한류' 홍보 활동도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됐다. 미국 뉴욕지사는 지난해 홍보용역 대행사를 선정하면서, 규정을 어기고 기술능력평가 미달된 업체를 선정했다. 태국 방콕지사는 서울 본사에서 요청한 6건의 시장정보 조사 중 1건만 전문 모니터에게 위탁하고, 나머지 5건은 현지 대학생에게 의뢰했다. 이 지사는 또 현지 대학생이 제출한 조사 보고서에 등급 평가를 거치지 않은 채 조사비 전액을 지급했다. 현지인 보고서를 S~D등급의 5개 단계로 나눠 평가한 뒤, 그에 따라 조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본사의 인력관리 부실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지사에서는 각각 23, 25일간의 업무공백이 발생했다. 업무 인계를 위해 새로 부임한 직원은 귀임자와 7일간 중복 근무하는 게 원칙인데도, 기존 근무자 귀국 후 20일이 지난 뒤에야 부임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이 공사는 2012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해외 지사장이 동반 자녀수당 명목으로 2,219 싱가포르 달러(약 188만원)를 더 받아낸 게 드러나 시정 조치가 내려진 바 있다"며 "해외 지사의 불투명한 운영이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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