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문을 연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앞 '풀무질'은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과 함께 서울에 남은 마지막 사회과학 서점이다. 2000년대 들어 오프라인 서점이 경영난을 겪으며 서울대 앞 '아침이슬' 연세대 인근 '오늘의 책' 등 사회과학 서점이 줄줄이 문을 닫는 가운데에서도 꿋꿋이 명맥을 유지했던 이곳이 최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조합이 서점 옆 빈 가게를 인수해 오는 11월 어린이도서관 '풀무질 어린이책 놀이터'를 열고, 시범 운영 한 뒤 서점도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은종복(49) 풀무질 대표는 9일 "발기인 7명을 중심으로 16일 어린이도서관 설립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을 발족하고, 어린이도서관 공사를 시작한다"며 "유치원생부터 초등 저학년들이 책과 유기농 음식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신고는 한 달 내로 종로구청에 할 계획이다.
발기인은 모두 은 대표가 인터넷카페 '나비야 청산 가자'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이다. 13년간 장소를 옮겨가며 환경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했던 이들은 각각 10만~50만원의 출자금을 출현해 어린이도서관 보증금 300만원을 내기로 했다. 추가로 조합원을 더 모집해 매달 조합비 1만원을 받아 도서관 월세와 책, 유기농 음식 구입비로 쓸 생각이다.
은 대표는 "우선 어린이 책 200여 권을 갖췄다"면서 "방과 후 어린이 책 읽기 모임, 유기농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11시까지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협동조합은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주민 복지향상을 위해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비영리협동조합을 말한다. 조합원은 가입비와 매월 조합비를 내고 조합의 여러 제도를 이용하지만, 풀무질의 사회적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조합비를 내고 재능기부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조합원이 되겠다는 사람이 벌써 30여명을 넘어섰다. 은 대표의 친구이자 발기인 대표를 맡은 조상우씨는 이달 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린이도서관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은 대표는 풀무질 조합원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린이도서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장기적으로 서점까지 사회적 협동조합 재산으로 전환, 운영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1,000만원으로 보고 있다.
은 대표는 "오프라인 서점이 무너지면서 최근 풀무질도 매달 100만원 이상씩 적자가 발생한다"며 "책방을 소비자협동조합으로 바꾸어 조합원만 책을 살 수 있는 전문 인문사회과학 서점으로 만들고 성공하면 각 대학 앞에 분점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