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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순혈보다 과감한 수혈이 낫다…김준기의 출신불문 경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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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순혈보다 과감한 수혈이 낫다…김준기의 출신불문 경영론

입력
2013.09.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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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 계열사 CEO들의 면면을 보면 다른 그룹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한 가지 발견된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들이 유독 많다는 점이다. 국내 대기업에서 임직원 레벨의 외부영입은 이제 흔한 일이 됐지만, 그래도 높은 충성도가 요구되는 CEO만큼은 내부출신, 공채출신을 앉히는 경향이 짙다.

동부그룹의 인사스타일은 김준기(사진)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에서 나왔다. 순혈과 수혈을 따지지 않는 김 회장의 ‘출신불문 경영론’이다.

동부그룹은 9일 ㈜동부 대표이사에 허기열 전 한국타이어 사장, 동부익스프레스 여객부문 사장에 박광호 ㈜동부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허 사장은 삼성전자 국내 영업마케팅 팀장, 중국 영업총괄 등을 거쳐 2007년부터 한국타이어 한국 본부장과 중국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박 사장도 삼성 출신이다.

동부그룹은 현재 핵심계열사로 분류되는 14개 계열사 가운데 동부팜한농, 동부하이텍, 동부특수강, 동부익스프레스, 동부증권, 동부CNI, 동부대우전자 등 8개사의 대표이사가 외부 출신이다. 한때는 주요 계열사 대표 가운데 3분의2가 외부영입인력으로 채워진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외인부대다.

외부전문가 영입은 전자계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동부는 올 2월 대우일렉을 인수해 탄생한 동부대우전자 신임 대표에 이재형 동부라이텍ㆍ동부LED 부회장을 선임했다. 삼성물산 및 그룹 비서실 출신인 이 부회장은 삼성 구주총괄과 정보통신부문장, 미주총괄을 거친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전자계열의 또 다른 축인 동부하이텍 최창식 사장 역시 삼성 SDI 에너지사업부(부사장) 수장을 역임했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부 CNI는 미국 체이스맨하탄 출신 이봉 대표와 한국은행 출신 곽제동 대표가 각자 대표로 이끌고 있고,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은 일본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 몸 담고 있다 2003년 동부에 둥지를 틀었다. 또 동부특수강 서영준 사장은 2011년 현대그룹에서, 동부익스프레스 정주섭 사장은 2005년 한진그룹에서 자리를 옮겼다.

동부가 외부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짧은 그룹 역사 때문이다. 1969년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모태로 성장한 동부는 2011년 56개 계열사 57개 사업부문을 가질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전자를 비롯해 농업 등 계열은 최근 30년 사이 확장한 영역으로 내부에 사업을 이끌 마땅한 인재가 없었고, 결국 적극적인 외부인재 수혈로 해결해 온 것이다.

김 회장의 이런 전략 때문에 2006년엔 전체 임원 중 외부인사가 60%에 육박했고, 이중 삼성 출신이 55%를 차지하기도 했다. 한때 삼성출신이 너무 많아 ‘삼성 2중대냐’는 비아냥 섞인 평가도 나왔지만, 지금은 LG 포스코 현대 등으로 출신이 다변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동부그룹 임원 290여명 중 외부 출신은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에도 무조건적인 순혈주의 보다는 개방적인 외부수혈이 낫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올해 임원 워크숍에서 “남의 것을 모방하더라도 더 낫게 만들면 그게 더욱 위대한 일이다.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해 열심히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부는 출신을 가리지 않는 인사전략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동부그룹의 경영방침인 ‘스탠다드경영계획’에 명시된 3가지 추진목표, ▦전문화 ▦고부가가치화 ▦글로벌화 달성의 주요 동력이 외부 인재영입이라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그룹에 비해 창립이 늦은 만큼 짧은 기간 동안 성장하기 위해선 인재영입이 매우 중요했다”며 “앞으로도 각 분야별 능력 있는 인물을 중용해 바이오, 정보ㆍ통신, 금융 등 신규 주력사업분야 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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