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형아 내 동생아 너 있는 곳 어데냐/
너를 잃은 부모님은 잠 못 들고 운단다/
동에 가도 네가 없고 서에 가도 너 없으니/
낯선 사람 정을 붙여 엄마생각 잊었느냐.'
1963년, 서울 거리와 전국의 레코드 가게에서는 앳되고 애수에 찬 이미자의 노래 가락이 구슬프게 울려 퍼졌다. 길 가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가사 속의 어린이와 부모를 생각하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슬퍼했다.
'두형이를 돌려다오'라는 제목의 이 노래는 매일 라디오 방송을 타며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1년 전 사라진 두형이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62년 9월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살던 네 살 조두형군이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누나를 따라나선 뒤 소식이 끊겼다. 2대 독자 외아들을 잃어버려 애태우는 부모에게 그 날 저녁 "두형이는 우리가 보호하고 있으니 빨리 신문에 현상 광고를 내라"는 한 여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두형군의 부모는 바로 신문사에 연락했고, 다음날 후사금 2만원이 걸린 신문 광고가 등장했다. 지금으로 치면 500만원은 넘는 돈이었다. 이어 "우리 집에 있는 아이가 두형인데, 계속 울어서 귀찮으니 데려가라"는 전화와 함께 협박장이 배달됐다. 서대문우체국 소인이 찍힌 협박장에는 현금 20만원과 함께 또 신문 광고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으며 부모들이 군말 없이 이를 이행하자 마지막으로 서울 경원선 전신주 앞에 돈을 갖다 두라는 편지가 날아들었다.
두형군의 부모는 가짜 돈을 놔두고 경찰과 함께 대기했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허위 제보가 난무하며 경찰 수사도 난항에 부딪혔다.
당시 어린 아이를 돈 때문에 유괴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언론과 내무부를 중심으로 두형이를 찾기 위한 범국민운동이 일었으며 박정희 대통령까지 대국민담화에 나섰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아시아레코드사 최치수 사장이 두형이를 찾는데 도움을 주자며 이듬해 반야월 작사 라음파 작곡으로 만든 음반이 바로 이미자가 부른 '두형이를 돌려줘요'라는 앨범이다. 이미자의 슬픈 음색은 부모 심정을 담은 흐느끼는 대사와 함께 듣는 이들의 가슴과 눈물샘을 자극했다.
두형이 사건처럼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구 미제로 남은 사건은 하나 둘이 아니다. 91년 대구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이 개구리를 잡겠다며 집을 나선 뒤 소식이 끊긴'개구리소년 실종사건'과 86년부터 5년 여 동안 경기 화성지역에서 발생한 '화성 연쇄살인사건'등이 대표적이다.
살아있다면 초로의 모습으로 변해 있을 조두형군. 그의 종적은 간데 없고 애타게 찾던 슬픈 노래만 남았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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