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 23명을 복직시키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사내하청 노동자로 3년간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를 직접 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직장에서 쫓겨났었다. 하지만 이들이 복직해야 할 회사는 각각 달랐다. 지노위는 1ㆍ3공장 해고자 9명은 불법파견으로 간주해 현대차가, 2ㆍ4공장 해고자 14명은 적법한 도급(하청)으로 보고 하청업체에 복직시키라고 명했다. 1공장은 액센트를, 2공장은 산타페를 생산하는 것이 차이라면 유일한 차이였다. 동일한 공정에 대해 같은 지노위가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이례적으로, 당시 노동계 일각에서는 심판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판정이 갈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이 사례는 파견과 도급(하청)을 구분하는 일이 얼마나 혼란에 휩싸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노동법은 원청 사업주가 노동자를 '지휘ㆍ명령'하면 파견으로, 그렇지 않고 하청업체 사업주가 권한을 행사하면 도급으로 본다. 파견 노동자는 2년 이상 일하면 원청 업체에 고용되지만, 도급계약하의 하청 노동자는 계약해지와 동시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원청이 주로 대기업이라는 점에서 파견 판정을 받느냐 여부에 따라 처지는 천지차이다.
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노동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똑 같은 일을 하지만 임금수준이나 복지 등 처우는 큰 차이가 난다. 법으로 불법 파견을 규제하는 이유도 이런 차별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을 피해가기 위해 외형상 도급이면서도 실제로 파견에 해당하는 '위장도급'이 만연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불법파견과 관련해 벌어지거나 벌어진 노동분쟁만 해도 현대차, GM, 금호타이어(이상 제조), 르네상스호텔, 이랜드(이상 관광ㆍ유통), KTX(운송), 삼성전자서비스, 티브로드(이상 전기전자 서비스) 등 전 업종을 망라한다. '노동자들의 진짜 사장 찾기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야당과 노동계에서는 파견 사유를 제한하는 식의 엄격한 파견법 개정을 대안으로, 여당에서는 사내하청의 실체를 인정하되 정규직과의 처우차별을 없애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청이 '생산공동체'의 일원으로 하청을 감싸안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최소한 계약기간 동안 처우나 근로조건에서는 정규직과 차별이 없도록 정부가 원청 기업을 규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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