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정부 공문서 위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48일 만에 막을 내렸다. 검찰은 공문서 위조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6급 공무원 한모(44)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정부 조사결과와는 달리 김윤석(60) 유치위원회 사무총장도 범행에 공모한 사실을 확인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지만, 강운태 광주시장의 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고 밝혀 수사의 한계를 드러냈다.
광주지검 형사1부(부장 김국일)는 9일 김 총장과 한씨를 공문서 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김씨 등의 범행을 방조한 유치위 기획총괄팀 관계자 2명에 대해서는 입건유예하고, 해당 비위사실을 광주시에 통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사무총장은 지난 3월 19일 한씨와 함께 '정부가 세계수영대회 광주 유치를 적극 지원한다'는 정부보증서 내용을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후 정부가 1억 달러를 지원한 것처럼 수영도시 광주를 위해 정부가 같은 지원을 한다'로 바꾸고 국무총리 서명까지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어 4월 2일 이 보증서를 PDF파일로 된 유치신청서 초안에 첨부해 국제수영연맹(FINA)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국제컨설팅 업체인 T사와 자문계약을 하면서 FINA가 강조한 대회유산(레거시ㆍLegacy)을 남기는 것과 관련해 "대구육상대회 이후 정부지원으로 육상진흥센터가 건립된 것처럼 광주도 수영진흥센터를 건립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T사에 먼저 제의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T사는 올해 2월 7일 이 내용이 포함된 서한문 형태의 위조 보증서 문안을 한씨에게 보냈으며, 한씨는 이 문서에 원래 보증서에 있던 서명을 스캔해 덧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핵심이었던 강 시장의 위조범행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미완으로 결론 났다. 검찰은 김 사무총장이 정부보증서 및 유치신청과 관련해 강 시장에 보고했다는 정황을 잡고 시장실까지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검찰은 "압수수색 자료와 결재내용 확인, 통화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 강 시장이 정부보증서 위조범행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시장이 유치신청서 본문의 '수영진흥센터 정부지원 1억 달러' 문구 등이 담긴 위조 보증서의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이를 근거로 광주시장 명의의 보증서에 서명을 한 뒤 유치신청서에 첨부했다는 검찰의 발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행정의 달인'인 강 시장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강 시장은 검찰의 서면조사에서 "유치신청서에 대해서는 잘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의 보고를 받았을 뿐 보증서 위조에 대해서는 보고 받은 적 없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강 시장이 정부지원 등의 유치 계획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유치신청서 제출과정에서 결재시스템이 미비해 적절한 지휘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고, 향후 국제경기대회 유치위원회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답변을 피해갔다.
한편 김 사무총장 등을 변호하는 법무법인 이우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후 이례적으로 '변호인의 입장'을 배포해 "업무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착오, 경미한 사안이 침소봉대된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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