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치러진 호주 총선에서 토니 애벗 자유당 대표가 이끄는 야당연합이 케빈 러드 현 총리의 집권 노동당을 누르고 정권탈환에 성공했다. 2007년 총선에서 패배한 뒤 6년 만이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선거관리위원회(AEC)는 8일 야당연합(자유+국민당)이 총 150석의 하원의석 가운데 88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반면 노동당은 57석에 그쳤다. 야당연합과 노동당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53.29% 대 46.71%로 나타났다고 호주선관위는 전했다.
아직 최종개표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28대 호주 총리 취임이 확실한 애벗 대표는 시드니 포시즌스 호텔에서 가진 승리 선언 기자회견에서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견고한 정부를 만들겠다"며 "탄소세를 폐지하고 불법 해상 난민을 봉쇄하고 흑자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시드니대에서 경제학과 법학을 복수전공한 애벗 대표는 신문사 기자를 거쳐 1994년 시드니 와링가 선거구 보궐선거를 통해 연방의회 하원의원에 선출돼 정계에 입문했다. 한때 보건부 장관에 올랐지만 2007년 11월 자유당이 재집권에 실패하면서 야당 중진으로 물러난 뒤 2009년 말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번 총선을 이끌었다.
노동당은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던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를 당 대표에서 쫓아내고 대중적 인기가 높은 러드 총리를 '구원투수'로 긴급 투입했으나 대세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러드 총리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현 정권에 염증을 느낀 호주 유권자들이 정권교체 카드를 택했다고 분석했다. 노동당의 복지 및 경제정책 난맥상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난민정책 실패로 인한 불법 난민 급증, 노동당 내부의 과도한 정쟁 등으로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이나 미국 공화당과 유사한 색채를 지닌 보수 정당인 야당연합이 승리하게 되면서 호주 내에 '보수 회귀' 분위기가 확산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특히 이미 사회문제화한 난민 정책은 더욱 강경해질 전망이다. 야당연합은 선거 전부터 집권할 경우 군대를 동원해 해상에서 난민을 봉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동당이 도입했던 탄소세와 광산세가 폐지되고, 과거 방만한 예산운용으로 발생한 300억 호주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공공부문 예산삭감 등 긴축재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색 당선자들도 눈에 띤다. 하원 당선이 유력시되는 호주 광산재벌 클라이브 팔머는 지난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를 21세기형으로 건조해 2016년 영국 런던에서 미국 뉴욕으로 첫 항해에 나서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한국계로는 처음 하원에 도전한 호주교포 1.5세 이슬기(34ㆍ영어명 엘리자베스 리) 변호사는 자유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36.1%의 득표에 그쳐 현역 의원인 노동당 앤드루 리 후보(62.9%)에 패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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