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전 감사원장의 전격 사퇴로 공석이 된 감사원장 인선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청와대는 후임 인선에 즉각 나섰다고 하지만, 후보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하더라도 감사원장 임명에는 국회 표결과 동의가 필요한데 정기국회마저 파행을 겪고 있어 장기공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사원 안팎에서는 2010년 당시 김황식 원장의 국무총리 지명으로 초래된 6개월 공석 상태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 청와대의 감사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것은 인사검증에 신중을 기하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사정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감사원장 자리의 중요성도 있거니와 인사검증 실패 시 후유증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취임 5개월 만에 조기 교체된 것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은 물론이고 새 정부 첫 내각인사에 대한 부실한 검증으로 국무총리와 장관 내정자들이 줄줄이 낙마한 탓이 크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번 감사원장 인선을 진두지휘하며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부실 검증 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걸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그 동안 3배수였던 후보 추천을 6배로 늘려 깨알 같은 검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실장 취임 이후 인사에서 부실검증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느냐"며 "감사원장 인선에 강도 높은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소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진행하는 인사검증은 국가정보원과 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정보를 모두 활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보자에 대한 평판조회까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후임 감사원장에 최근 차한성 대법관이 감사원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 대법관은 보수적인 인사로 알려져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제청했기 때문에, 국회 동의과정에서 야당의 협조가 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차 대법관은 경북 고령 출신으로 내년 3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의 이름도 꾸준히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박근혜정부 출범부터 감사원장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오래 전부터 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 목 전 헌법재판관은 그 동안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등의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여기에 여성인 김영란 전 대법관, 한국일보 사장을 지낸 장명수 이화학당 이사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볼 때 전혀 의외의 인물이 발탁될 수 있다는 말도 청와대 주변에서 들린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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