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역사를 직시할 것을 촉구한 데 이어 미국에도 사실상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 대통령과 만나 "워싱턴의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정책(아시아 회귀 정책ㆍPivot To Asia)이 중국의 핵심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차이나데일리와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가 회담 참석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시 주석이 "남중국해와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 문제에서 미국이 부정적 역할을 해선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의 이러한 언급은 양국의 공식 회담문엔 나오지 않는 대목이다. 중국 외교부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시 주석이 "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발전의 중요한 기회를 맞았지만 해양 권익과 도서 분쟁의 문제도 존재한다"며 "미국이 객관적이고 공평한 태도를 취해 각국이 실제적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ㆍ번영에 적극적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이 전면적인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소통을 강화, 지역 협력을 추진할 수 있길 미국은 바란다"며 "각 당사국은 외교적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미국은 이를 위해 역할을 적극 발휘하길 원한다"고 대응했다.
시 주석은 나아가 6자회담의 재개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 "중국은 유관국가들이 공동 노력, 9·19공동성명의 입장으로 돌아가 빠른 시일 안에 6자 회담을 다시 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비핵화, 한반도 평화와 안정, 적극적인 회담 촉구라는 중국의 입장도 덧붙였다. 이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의 진전이 있어야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미국을 향해 일단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주문한 것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최근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북한에 보내고, 6자회담 당사국 수석대표와 학자들이 참여하는 반관반민 성격의 회의도 열자고 제안한 상태다.
한편 시 주석은 이날 시리아 문제에 대해서도 "무력을 동원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세 번 생각한 뒤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시리아 공습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은 지난 6월 미 캘리포니아 정상회담 후 3개월 만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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