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입장정보수집 활동 제한국정원 자체안 내놓으면 국회 정보안 비공개 논의민주 등 야권 입장수사권까지 폐지 가닥국회차원에서 특위 설치… 각당 안 논의를 공론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 개혁 문제는 정기국회의 최대 현안이 됐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자식 파문에도 국정원 연루설이 나오면서 국정원 개혁 요구는 어느 때보다 거세다. 국정원도 이런 요구에 밀려 자체 개혁안을 낸다는 방침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강도 높은 개혁'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분명해 어떤 방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개혁이 진행될지 주목된다.
정국 정상화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가정보원 개혁의 해법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야권은 이를 정국 정상화의 전제로 삼고 있고, 여권도 어떤 식으로든 부담을 털고 가야 한다. 국정원 개혁의 핵심은 국내정치 개입 근절 방안으로, 입장차가 확연한 여야의 한판승부가 정기국회에서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국정원 개혁에 대한 여야의 접근법은 확연히 다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부대표가 8일 "대북심리전단의 활동은 적법했지만 일부 의혹을 살 만한 일이 있었다"고 여지를 두긴 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기본적으로 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에서 보듯 법과 제도의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국내정치 개입 근절 방안을 두고도 여야의 눈높이가 크게 다르다. 이미 1994년 국가안전기획부법에 국내정치 개입 금지를 명문화했고, 18대 국회에서 처벌조항도 마련한 만큼 운용의 문제라는 게 새누리당의 입장이다. 서상기 정보위원장은 "법에 다 규정돼 있는데 뭘 개정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무턱대고 국가정보기관의 힘을 빼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국정원법개혁추진위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국내파트의 역할과 기능이 포괄적이어서 언제든 국내정치에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법 개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여권의 '셀프 개혁' 주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해법에서도 간극이 크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들이 국회와 정치권, 언론사 등에 출입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제한하겠다는 정도다. 또 국내정치 개입 금지 위반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법 개정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국정원이 직원 윤리조항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달 중 자체 개혁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별도의 개정안을 준비할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아예 국내파트를 없애자는 입장이다. 국내정보 관련 기능과 역할을 검찰ㆍ경찰ㆍ기무사 등으로 넘기자는 것이다. 대공수사권에 대해선 일부 이견이 있지만 수사권 전체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국회나 감사원을 통해 예산을 통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되어 있는 국정원의 위상 변화도 검토 대상이다. 추석을 전후로 관련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할 계획이다.
정의당은 지난 5일 '해외정보원법' 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정원 명칭을 해외정보원으로 바꾸고 업무를 국외정보 수집ㆍ작성명ㆍ배포로 규정해 국내 정치활동과 관련한 일체의 정보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정원 개혁 논의를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지도 논란거리다. 새누리당은 이달 내 국정원이 자체 개혁안을 내놓으면 이를 국회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논의하되 정보위 내에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특위까지는 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은 국회 차원에서 특위를 꾸려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제ㆍ개정안을 중심으로 논의 내용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로선 국정원 개혁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출발이 대선 불법개입 의혹이었다는 점에서 여권이 적극 나설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혁의 대상인 국정원이 내란음모 의혹 수사를 공개하며 정국의 전면에 등장한 상황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결국 검찰의 댓글 의혹사건 재판 결과와 국정원의 '이석기 사건' 수사 결과가 국정원 개혁의 향배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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