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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으로 연결된 110명의 '아주 특별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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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으로 연결된 110명의 '아주 특별한 만남'

입력
2013.09.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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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으로 신발을 만들어 드려도 모자랄 은혜. 잊지 않고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는 '생명나눔, 기적의 순간들'이라는 이름의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장기를 기증한 사람과 이식 받은 사람들이 만나는 자리다. 참석자들의 이목은 사회자가 낭송하는 편지 한 통에 온통 쏠렸다.

태어날 때부터 간이 서서히 망가지는 선천성 담도폐쇄증에 걸려 4년 간 투병생활을 한 차윤서(4)양의 어머니 염희경씨가 올해 초 딸에게 간 이식을 해준 한 40대 남성에게 보내는 감사편지였다. 개인사정으로 행사엔 참석하지 못한 염씨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쓴 편지가 읽혀지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쳤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9월9일 장기기증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행사엔 23년 간 본부를 통해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장기를 기증한 75명과 귀중한 생명을 선물 받은 35명이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만성신부전 환우들을 위해 신장 하나씩을 기증한 국내 첫 모자(母子) 기증인 엄해숙(59)ㆍ윤현중(42)씨, 부자(父子) 기증인 노명환(77)ㆍ성철(47)씨 등 외모는 물론 훈훈한 마음까지 닮은 '가족 기증인'들도 자리를 빛냈다.

18년 전 아들 성철씨와 두 달 간격으로 신장을 기증한 노씨는 "당시 장가도 안 간 아들이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도 됐지만 대견한 마음이 컸다"면서 "아들의 수술을 지켜보며 60세가 넘으면 신장을 기증할 수 없다는 말에 당시 환갑이었던 나도 기증을 서둘렀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1976년부터 보험설계사로 일해 온 엄씨 모자 역시 각각 2003년과 2011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찾아 만성신부전 환우에게 새 생명을 기증했다. 신장 이식 및 기증인들의 모임 '새생명나눔회' 전국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엄씨는 "직업 특성 상 아픔과 가난으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장 기증 결심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장 기증 후 더 행복해 보이는 어머니를 따라 생명 나눔에 동했다는 윤씨도 "어머니는 저를 대견하다고 하시지만 신장 기증 후 더 건강하고 행복해진 제가 오히려 어머니에게 감사할 뿐"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장기기증 등록자가 국민의 2% 정도에 불과하고, 매년 1,000여명의 환우들이 장기이식을 애타게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며 "장기기증인과 이식인들의 만남이 장기 기증을 독려하고 기증인들을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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