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꿈의 유라시아 횡단철도’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놓게 됐다. 정몽구(사진) 회장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를 따라, 그룹 차원에서 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특별 지시했다.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10일부터 러시아 최대 철도차량 생산기업인 UVZ의 알렉세이 티샤에프 철도사업본부장 등 최고위 경영진들이 10일부터 현대로템 창원 철도차량 공장과 연구소를 방문, 대규모 러시아 철도사업에 대한 협력 및 기술이전 방안 등을 협의한다.
유라시아 횡단철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과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연결시킴으로써, 부산에서 유럽까지 기차로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 남북 관계 때문에 진전이 없지만 워낙 경제적 효과가 커 우리 정부나 러시아 정부 모두 원하는 사업이다.
마침 지난 6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한국의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꿔왔다”고 말했고, 푸틴 대통령 역시 이에 긍정적으로 화답하면서 유라시아 철도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로템측은 이 같은 시점에 러시아 철도차량생산업체의 최고위 경영층이 방한한 것에 크게 고무되어 있다. 현대로템 창사 이래 ‘가장 큰 손님’인 UVZ는 러시아 연방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국영회사로 화물철도차량, 특수차량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 지난해 매출 60억 달러에 직원수만 7만명에 이르는 대형 회사로, 러시아내 굵직굵직한 사업을 도맡고 있다. 모스크바 철도청 등 전동차를 구입해 운영하는 운영사 관계자들의 방한은 더러 있던 일이지만 철도차량 생산기업이 한국에 고위 경영진을 파견한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미래 얘기지만) 현대로템이 설계 및 생산기술, 기자재 공급과 시스템 엔지니어링을 주도하고 차량은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생산할 수 있다”며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현실화된다면 북한내에서 열차 조립ㆍ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 시장환경에 맞는 고속형 장거리 전동차 개발을 진행 중인 현대로템은 2015년 개통 예정인 모스크바 순환선 전동차 231량(4억달러 규모)과 모스크바 지하철 고급 전동차 2,500량(42억달러)의 입찰도 준비 중이다.
사실 유라시아 횡단철도는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꿈이기도 했다. 현대로템 자체가 정 명예회장이 1964년 “우리가 만든 열차로 부산에서 유럽까지 가고 싶다”며 설립한 철도차량 제작사다.
정몽구 회장도 이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부친인 정 명예회장의 유지이기도 하지만, 현대차의 유럽수출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부산에서 독일 함부르크까지 1만9천㎞를 배로 가면 27일 걸리지만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이용하면 열흘 만에 갈 수 있다. 운임도 컨테이너 1대당 평균 980달러로 2,200달러의 선박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때문에 러시아 및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특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이번 협의에서 유라시아 철도 사업참여를 가시화 한다는 게 주목적이지만, 전철화ㆍ복선화가 아직 안 된 북한 철도 개선사업 진출 교두보로도 삼는다는 계획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러시아 철도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은 북한의 철도 인프라 개선 사업 참여에도 도움일 될 것”이라며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관련 계열사들도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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