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를 만난 건 그날이 두 번째였다. 한 낭독회 자리였는데, 그녀는 내 앞의 의자에 앉아 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질끈 묶은 머리 아래로 그녀의 목덜미가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귀 바로 아래에 '2011. ○. ○.'이라 날짜를 새긴 파란 문신이 있었다.
낭독회가 끝난 후 Y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귀 뒤에 새긴 날짜가 무슨 날이었냐고 물으려다 입을 다물었다. 겨우 안면이나 튼 사이에 내밀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실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입속에서 머뭇머뭇하던 호기심이 그예 밖으로 튀어나왔다. Y는 나의 망설임이 무색할 만큼 가볍게 대답했다. "몹시 아팠던 날이에요." 그녀는 하하 웃은 다음 덧붙였다. "오늘은 그렇게 말하고 싶고요, 기분에 따라 매번 다른 날이 돼요. 언젠가는 딸 생일이라 말한 적도 있어요."
질문을 피하지 않으면서 비밀을 이렇게 멋지게 간직하다니, 우문에 현답이 따로 없다. 하늘하늘한 베일을 쓴 것처럼 Y의 2년 전 하루는 타인의 시선을 잡아끌면서도 Y의 마음속에만 머물러 있었다. 그날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집에 돌아와 일기를 뒤져 보았다. 그 전날에도 다음날에도 뭐라 뭐라 적어둔 것이 있는데, 하필 그날만은 비어 있다. 나조차도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 기분이었다.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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