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식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공영방송인 KBS TV의 '생노병사의 비밀'은 연초 '단식의 기적'을 방영하기도 했다.
2,500년 전의 의사 히포크라테스의 한 어록이 단식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믿음과 용기를 준다. 그는 "속을 비워두는 것이 병을 바로 치료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알렉시스 카렐 박사는 이런 언급을 하기도 했다. "단식은 몸을 정화시키고 조직을 개선하며 독소를 배출하는 놀라운 기능을 하는데, 간에 쌓인 노폐물과 독소가 제거되고, 피하지방이 소모되며, 근육의 일부도 감소하지만 심장, 혈액, 뇌, 신경을 놀랍게도 정상적으로 유지한다."
나는 50세가 넘어 넘어 단식을 감행한 경우다. 지난 4월 20일이었다. 나는 이 날 다시 태어났다. 165cm 의 키에, 체중 74kg. 15년째 혈압약을 복용 중이었으며, 20년 앓던 통풍과 고지혈증이 언제 재발할지 몰라 늘 불안해했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수십 년 동안 지니고 살아온 원인불명의 무릎통증과 자리에 누워도 한 시간 이상 잠들지 못하는 증세가 있었다. 요즈음 친구들의 부음을 종종 받는다. 조문 할 때마다 혹시 다음 차례는 내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재 체중은 63kg. 실로 감격적인 숫자라 아니할 수 없다.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55kg, 제대할 때 69kg, 회사 다닐 때 최악으로 82kg. 그 때 나이 마흔. 5대 성인병 전항목 위험수치였다. 단식 후, 맞는 옷이 없어 대부분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했다.
15년 이상 찬 허리띠는 단식 성공의 증거물로 동지들에게 인기가 높다. 오늘 구멍 두 개 더 뚫었다. 하나는 당장 필요해서고, 하나는 곧 필요할 것 같아서다.
혈압은 약 끊고도 계속하여 120~130)/80(70에서 90)쯤을 유지한다. 그간 정확히 5차례 130~140/80~90의 숫자를 나타낸 적 있으나, 좋은 숫자로 5개월에 접어들었다. 혈압약은 물론 다른 약들 역시 다시 먹지 않겠다는 확신이 든다. 50 넘어 약(챙겨 먹는 것)에서 해방된 것이다. 지나쳤던 술 담배와 커피, 칼국수 다 끊었다.
눕자마자 코 고는 친구들을 경멸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잠 쉽게 들지 못하는 것은 큰 고통이다. 이제 누우면 바로 잠든다.
오전 5시에 기계처럼 눈뜬다. 30분 동안 요가명상으로 적당량의 땀 흘리고, 냉온욕 한 뒤 맞이하는 이른 아침은 축복의 시간이다. 그것은 살면서 단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소중한 감정이다. 몸은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지난 날, 나의 모든 실패는 역량과 운수 탓이 아니라 내 부실한 몸과 시시한 영혼 탓이었다. 단식으로 깨달은 바다.
굶어죽는 사람들 옆에서 자행하는 절제없는 식욕은 잔인한 폭력이다. 지금 이 시간, 세상은 그 부끄러운 폭력의 현장이다. 단식동지들은 아침을 거른다. 굶음을 통하여 얻은 귀한 가치들에 대한 보답으로, 한 끼를 1,000원으로 계산하여 월 3만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그 돈 모아서 캄보디아의 어느 마을에 직업훈련소를 지어줄 예정이다.
1일1식의 효시인 다석 유영모 선생과 그 제자 함석헌옹은 각각 91세, 89세까지 백수를 누리며 불멸의 업적들을 남겼다. 이들은 예수와 부처, 간디와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았다. 의과학 수준이 낮았던 시대의 인물들이다. 그들의 철학을 씨알사상이라 한다. 그들의 위대한 저작들은 모두 상감청자와 같은 몸에 담긴 고매한 영혼의 소산이었다.
나는 단식하는 동안 굶어죽는 사람들에 대하여 관념이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고 정직한 연민과 사명감을 아울러 갖게 되었다. 함께 한 이들 모두 같은 체험을 했다. 다시한번 제안한다. "우리 함께 단식합시다." 개과천선한 몸과 마음들, 세상을 구하는 귀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오세훈 아름다운 서당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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