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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rld] '군부 지지' 이집트 세속·자유주의 진영에 잇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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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rld] '군부 지지' 이집트 세속·자유주의 진영에 잇단 경고

입력
2013.09.0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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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형제단 기반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정부를 반대하던 이집트 세속주의ㆍ자유주의 진영은 7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자 이를 환영하며 과도정부 내각에 대거 참여했다. 무슬림형제단 인사 수백명을 테러 혐의로 체포하며 탄압하던 군이 급기야 지난달 중순 반정부시위를 무력 진압해 800명 넘는 사망자를 냈을 때도 친군부 내각은 무함마드 엘바라데이의 부통령직 사임 외엔 거의 동요가 없었다.

내년 선거를 통해 민정 이양한다는 군의 약속을 믿고 개헌 작업에 분주한 이집트 세속ㆍ자유주의 진영을 향해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군에 대한 신뢰를 재고하라"고 충고한다. 자칫 20여년 전 튀니지 세속주의 세력이 독재정권 수립 과정에서 겪은 환멸을 고스란히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1987년 11월 튀니지에서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종신대통령 하비스 부르기바를 축출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는 당시 아랍세계에서 유례없는 민주적 개혁에 나선다. 모든 정치범을 석방한 뒤 사면했고, 언론ㆍ정당 통제법을 개정했고, 모든 정파가 참여한 가운데 시민권과 자유선거를 보장하는 국가적 협약을 맺었다.

195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래 수십년간 지속된 독재체제로 다져진 보수적 조직표에 더해 개혁 정책이 지지를 얻으면서 벤 알리는 1989년 4월 대선ㆍ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집권한다. 그러나 총선에서 세속주의 정당이 제1야당이 되리라는 예상을 깨고 온건 이슬람정당 엔나흐다당이 14.5%의 득표율로 집권당의 뒤를 잇는다. 고무된 엔나흐다는 차제에 이슬람정부 수립도 가능하다며 세몰이에 나섰다.

권력 공고화를 꾀하는 벤 알리, 튀니지의 세속적 풍토를 옹호하는 이들 모두에게 이슬람정당은 눈엣가시였다.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이 경제난으로 수세에 처한 정권을 압박하며 세를 불리고 있는 옆나라 알제리 상황도 간과할 수 없었다. 정부는 개혁 기조를 뒤집고 엔나흐다당을 대대적으로 탄압, 당원 1,000여명을 죽이고 3만명을 구금했으며 라치드 간누치 당수를 국외로 추방했다. 정권은 이슬람주의자를 국가를 분열시키고 질서를 흩뜨리는 테러리스트라고 몰아붙였다. 세속주의 진영은 내심 기꺼워하며 엔나흐다가 지하로 숨어드는 과정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러나 다음 차례는 이들이었다.

이슬람 세력을 궤멸한 튀니지 정권은 다른 야권 세력에 칼날을 겨눴다. 이슬람주의에 대한 이념적 공포로 시작된 정적 탄압이었지만 어느새 권위주의 노선에 들어선 벤 알리는 모든 정치세력을 적으로 간주했다. 1992년 세속주의 신문ㆍ잡지가 폐간됐고, 자유주의 언론인들이 구금됐고, 인권단체의 활동을 탄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벤 알리는 2년 뒤 대선에서 자신 외에 다른 후보의 출마를 막았고, 1999년 득표율 99%로 3선에 성공했으며, 2002년 대통령 임기제한 조항을 폐지하는 개헌을 단행해 2011년 재스민혁명으로 끝장날 때까지 23년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다.

이집트군은 무슬림형제단의 활동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정치활동만 금지했던 무바라크 독재 시절보다 더한 조치다. 군부의 이런 과감한 행보는 세속ㆍ자유주의 정파와 이에 동조하는 시민들의 지지에 힘입은 것이다.

포린어페어스는 그러나 램프의 요정 지니에 빗대어 "권위주의가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풀려 나온 이상 램프로 되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이집트 세속주의 정당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군부가 내년 선거 실시 약속을 지킨다며 전면에서 물러나더라도 막후정치를 가동할 테고, 이런 상황에서 세속ㆍ자유주의 세력이 바라는 민주화는 언감생심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역사가 말해주듯이 권위주의 정부는 언제나 강압정책의 대상을 확대해왔다. 튀니지의 전철을 밟고 있는 이집트 세속주의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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