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들이 못 지킨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여자가 되살린다.
박지은(30), 최정(17), 오정아(20). 국내 여자바둑계를 대표하는 3인의 여전사가 궁륭산 정복에 나선다.
현재 유일한 세계여자바둑 개인전인 제4회 궁륭산병성배가 7일 중국 쑤저우시에 위치한 궁륭산 풍경관리지구 내 특설대회장에서 개막, 8일 16강전을 시작으로 12일까지 단판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자를 가린다.
궁륭산은 병법의 성인(兵聖)이라 일컬어지는 손무가 이곳에 은거하면서 을 저술했다는 쑤저우의 제일 명산으로 중국인들 사이에서 '지혜의 산'이라 불린다.
한국의 박지은이 1, 2회 대회를 석권했으나 지난해에는 중국의 리허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들은 명실상부한 국내 여자바둑 최정상급이다. 특히 올해 세계대회 개인전에서 한국 남자들이 단 한 차례도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기필코 이번 대회서 여자들의 손으로 무너진 한국 바둑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이 대회서 두 차례나 정상을 밟은 세계 바둑퀸 박지은의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최근 국내외 대회서 다소 노쇠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대회(2차례)보다 월등히 많은 국제대회(5차례) 우승 횟수가 말해 주듯 언제나 '큰 물'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였다.
여류명인을 2연패 중인 최정은 사실상 국내 여자 최강이다. 올해 성적이 29승20패로 다승 21위를 달리고 있다. 여자기사들은 물론 남자기사들과 비교해도 매우 우수한 성적이다. 올 초 황룡사쌍등배서 막판 3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고, 며칠 전에는 지지옥션배서 남자 시니어기사 다섯 명을 차례로 물리쳤다.
오정아도 요즘 한창 물이 올랐다. 최정과 함께 올해 실내아시안게임 대표선수로 선발돼 여자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최근 삼성화재배 본선 32강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주최국인 중국은 6명이 출전한다. 지난해 우승자 리허를 비롯, 루이나이웨이, 왕천싱, 위즈잉, 탕이, 루자 등 역시 최강팀으로 진용을 꾸렸다. 올해 마지막 세계대회인 궁륭산병성배마저 석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일본에선 여자 최강 셰이민과 무카이 치아키, 오쿠다 아야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밖에 대만, 호주, 미주, 유럽에서 각각 한 명씩 출전 예정이다.
중국바둑협회와 쑤저우시 우중구 인민정부가 공동 주최하는 궁륭산병성배의 상금은 우승 20만위안(약 3,600만원), 준우승 8만위안(약 1,400만원). 준결승까지 매판 6,000위안(약 100만원)의 대국료가 있으며 특별상으로 베스트드레서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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