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의 귀재가 되는 것은 모든 마케터의 소망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세계적인 IT 기업 애플의 마케터 출신으로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 투자자인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지 말고 꿈을 팔아라'. 더 나은 미래를 꿈꾸게 하라는 것이다. 시나리오처럼 이야기를 전개해야 사람들이 지루해 하지 않는다는 조언도 있다. 짧고 굵게 하라는 의미로 '슬라이드 10개, 프레젠테이션 20분, 글자는 30포인트 이하'라는 10-20-30 원칙을 제시하기도 한다.
프레젠테이션 기법은 이 책이 제안하는 여러 마케팅 방법론의 하나일 뿐이다. 열광적인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에반젤리즘(복음주의) 마케팅'으로 유명한 저자가 주장하는 마케팅의 핵심은 '매혹'이다. 책의 원제이기도 하다. 사람을 매혹시키는 것이야말로 마케팅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혹이나 현혹과는 선을 분명히 긋는다. 상대방을 돈벌이 대상으로 보지 말고 좋은 것을 아낌없이 나누며 그들에게 순수한 기쁨을 주는 것이 저자가 전하려는 마케팅의 기술이다.
저자는 훌륭한 대의 명분을 갖추고 멋진 스토리를 제시해 사람들이 빠져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뒤에야 더 많은 사람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과 이메일, 트위터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고, 웹사이트나 블로그, 페이스북 등으로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부하 직원과 상사를 매혹시키는 방법은 마케팅과 무관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조언이 된다.
저자는 "그래, 나도 달라지고 싶어, 그런데 도대체 뭘 하라는 거야?"라는 식의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을 다룬 다른 책의 한계를 역시 벗어나진 못했다. '첫 인상을 좋게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열정이 당신을 빛나게 한다' 등 뻔한 내용도 적지 않지만, 마케팅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유용한 팁을 찾을 수 있겠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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