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국가의 시리아 군사개입에 강력히 반대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시리아 문제를 G20 정상회의 의제에 포함시키자”고 전격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원래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요한 국제정치 현안, 특히 시리아 사태 등을 논의하자고 일부 회원국 정상이 요청해왔다”면서 “이와 관련한 논의를 오늘 업무 만찬 시간에 하자”며 이 같이 말했다. 시리아 문제가 공식 의제로 잡히거나 별도 세션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사실상 비공식 최대 의제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정상들의 저녁 만찬에서는 시리아 공습 계획을 주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를 반대하는 푸틴 대통령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가결로 시리아 군사개입의 첫 관문을 넘었지만 적진에서 국제적 지지를 끌어내야 하는 설득전에선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였다는 관측이 많은 게 사실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안데르스 아스룬트 박사는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이번 회의는 개최국인 러시아가 주도권을 잡게 돼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의제를 공식 테이블로 올린 것도 개최국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선제공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 여론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유리한 편은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화와 협상을 통한 시리아 내전 종식을 촉구했다고 바티칸 라디오가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군사개입을 통한 해결에 부정적인 견해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터키 등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주요 강대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가 큰 만큼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얼마나 지지를 이끌어 내느냐가 시리아 사태의 변수가 되고 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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