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처음으로 전ㆍ월세 세입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고소득층 사이에서 자녀에 대한 변칙 증여나 사업소득 탈루 용도로 전ㆍ월세를 이용하는 경우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판단해 지난달부터 보증금 10억원 이상의 고액 전세 세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강남ㆍ서초ㆍ용산 등 서울 부촌의 10억원 이상 전세입자 중 연령 직업 신고소득에 비해 과도한 전세금을 지불하고 있거나, 월 1,000만원 이상의 고액 월세를 내고 있는 세입자 등 총 56명이다. 대상자 중에는 전세 보증금이 20억원을 넘는 사례도 있었으며, 직업은 대부분 기업인이나 사업자로, 미성년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들은 부모 등으로부터 전세금을 증여 받았거나 본인 운영 사업의 소득을 숨겨 전세금을 충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에게 주택을 사 주면 바로 세원 노출이 되지만 전세금으로 증여하면 세원 포착이 쉽지 않은 점을 이용해 증여세나 사업소득세를 탈루한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이학영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주택 취득은 과세 당국의 자금출처 조사 대상이 되지만, 지금까지 전세금은 채권에 해당해 따로 세원관리를 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고액 전ㆍ월세 자금 원천뿐 아니라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에 대해서도 자금 출처를 검증하고, 사업소득 탈루와 연관성이 확인되면 관련 사업체에 대한 통합 조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조사 대상 세입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사람에 대해서도 소득신고를 누락하지 않았는지 등을 검증하고 불성실 신고를 한 혐의가 짙으면 세무조사를 하기로 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조사 대상인 고액 전세 보증금의 범위를 10억원 미만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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