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은 일을 잘 해내서 장애인의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자폐성 장애를 딛고 대기업 디자이너가 된 조상협(26)씨는 5일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최근 SK플래닛 사회공헌팀인 CSR팀 소속 디자이너로 채용됐다. 다른 장애에 비해 자폐성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그리 넓지 않기에 조씨의 대기업 디자이너 취업은 단연 주목받고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도 "우리 회사에서 자폐성 장애인을 채용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막연하긴 했어도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느꼈던 조씨가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한 건 지난해 8월이었다. 자폐성 장애인의 재능 발굴을 돕기 위해 SK플래닛이 후원하고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연구팀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쿨 과정을 졸업하면서부터다. 졸업 후엔 1년 간 자폐인의 재능을 발굴해 사회ㆍ경제적 독립을 지원하는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 '오티스타'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미술에 재능 있는 자폐성 장애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머그, 텀블러, 티셔츠 등을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SK플래닛 면접 때 조씨가 들고 나온 작품들도 이 때 만든 것들이었다.
조씨는 SK플래닛으로 직장을 옮겼지만 계속해서 오티스타와 협력해 자신과 같이 미술에 재능이 있는 자폐성 장애인들의 작품 활동을 도울 생각이다.
그는 생후 8개월 때부터 어머니와 눈 맞춤이 어려웠고 품에 안기려 하지도 않는 등 또래들과 조금 다른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머니의 끊임없는 헌신과 교육으로 이제는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관심도 다양하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컴퓨터영상디자인을 전공했고, 언어를 배우는 게 재미있어 일본어 자격증도 땄다.
조씨는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며 "저처럼 자폐성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그림이 들어간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도록 디자인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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