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알레르기 하면 보통 목걸이나 팔찌, 반지, 시계, 벨트 등을 몸에 착용했을 때 피부에 울긋불긋한 게 돋으면서 가려워지는 증상을 떠올린다. 그런데 흔하진 않지만 입 안에도 금속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치과 치료를 받고 나서 말이다. 치아에 덧씌우는 치과 치료용 재료 중 일부 금속에 대해 유독 민감한 사람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피부에 금속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은 치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길 수 있으니 치과 치료를 받기 전 의료진에게 상의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여자가 10배 더 민감
치아의 손상된 부위가 크지 않아 살짝 때우는 정도로 치료할 때 치과에서는 과거엔 아말감(수은합금)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수은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들어 사용 빈도가 급격하게 줄었다. 아말감 대신 요즘은 레진을 많이 쓴다. 레진은 금속이 아니라 플라스틱의 일종이기 때문에 입 안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안 생긴다.
금속을 흔히 쓰는 치료는 치아가 깨지거나 심하게 금이 갔을 때, 또는 신경치료를 받고 났을 때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덮어 씌우는(크라운) 경우다. 크라운 재료로 쓰이는 주요 금속은 니켈-크롬 합금과 코발트-크롬 합금이다. 이 중 코발트-크롬보다는 니켈-크롬 합금이 상대적으로 무르기 때문에 환자의 치아 모양에 맞게 깎고 다듬고 광택 내기가 수월해 국내에서 자주 쓰인다. 코발트-크롬은 일반적인 크라운 치료보다는 틀니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바로 이 니켈이 입 안에서 금속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대목동병원 치과 박지만(보철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인구의 5%가량은 니켈에 민감하고(니켈 과민증), 여자에서 남자보다 니켈 과민증이 10배 정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니켈 과민증은 해당 부위가 가렵거나 붉게 부어 오르거나 진물이 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주변 잇몸이 아예 거무스름하게 변하거나 니켈 합금을 만지기만 해도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는 사람도 드물지만 있다. 치과 치료 후 이와 비슷한 변화가 생기면 니켈 과민증인지 진단 받아볼 필요가 있다.
구강 안에 사용하는 금속들은 단일 재료보다는 합금 형태가 많다. 때문에 환자가 정확히 어떤 금속에 민감한 반응이 나타나는지 사전에 일일이 테스트해보기가 사실 쉽지는 않다. 또 피부에 금속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다 니켈 과민증이 생긴다고도 보기 어렵다. 피부와 구강 안쪽 점막은 생리적으로 다른 조직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냥 치료를 받았다가 나중에 알레르기 증상이 생기고 나서야 자신이 니켈 과민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치과 치료 후 금속 알레르기가 생겼다면 그 금속을 제거하고 다른 재료로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금속 재료 때문에 환자가 입 안에서 전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갈바닉 전류 현상)도 간혹 있다. 서로 다른 금속이 만나 생기는 상호작용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윗니와 아랫니를 다른 종류의 금속으로 치료했는데, 음식을 씹을 때마다 찌릿찌릿함을 느끼는 식이다. 이럴 땐 재료를 바꿔 다시 치료하면 증상이 대부분 사라진다"고 말했다.
금속 사용 감소 추세
알레르기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최적의 치과 재료는 금이다. 단단하면서도 다루기 좋고 인체에도 별다른 해가 없어 치과 치료가 시작된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쓰이고 있다. 다만 비싸다는 게 흠이다. 그래서 금을 대체하는 재료로 1970년대 후반부터 세라믹이 등장했다. 도자기와 같은 재질이라고 보면 된다. 금보다 약하지만 치아 색과 비슷하고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후 겉은 세라믹이면서 내부는 니켈-크롬 합금 같은 금속으로 채운 재료로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아왔다.
최근 들어서는 치과 치료에 금속 사용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품질 좋은 세라믹 재료가 나오면서 금속을 넣지 않고 아예 크라운 전체를 세라믹으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세라믹의 일종인 지르코니아로 만든 크라운은 치아 색과 비슷하면서도 비교적 단단해 어금니 치료에 자주 쓰인다. 앞니에는 지르코니아보다 좀더 투명한 세라믹을 써서 치아 본래 색을 더 살려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라믹의 강도는 여전히 금보다 떨어진다. 음식을 씹는 세기나 식습관 등에 따라 쉽게 깨지거나 손상되기도 한다. 10년 넘게 쓸 수 있는 금에 비해 세라믹은 보통 5년 안팎이면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최근 새롭게 각광 받는 치과 재료가 귀금속 합금이다. 팔라듐 같은 백금과 금을 혼합한 것이다. 치과 재료 기업 세라젬 바이오시스 이양수 대표는 "귀금속 합금은 세라믹보다 강도가 우수하고 금보다 싸면서도 인체 친화적"이라며 "제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가스가 발생하는 주조(틀에 재료를 녹여 굳히는 기술) 방식이 아니라 컴퓨터로 깎아 원하는 치아 모양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치아 치료에 어떤 물질이 쓰이는 지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환자는 사실 많지 않다. 재료의 장단점에 대해 환자가 알아듣기 쉽게 상세히 설명해주는 의료진도 드물다. 하지만 한 번 입 안에 들어가면 적어도 수년 동안은 자리 잡고 있어야 할 텐데, 적어도 자신의 치아에 어떤 물질이 덮여 있는지는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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