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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이야기/9월 6일] 순응과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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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이야기/9월 6일] 순응과 보람

입력
2013.09.0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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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에게 마른 풀을 줘본 적이 있는 이들은 알 만한 이 이야기는 평범한 신비에 대한 것이다. 언젠가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양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초를 돈을 주고 구입한 뒤에 적당한 양을 손에 쥐고 울타리 사이로 들이민 적이 있다. 곧 양 몇 마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 중 한 녀석이 건초를 입에 물고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그 힘은 고스란히 건초를 쥐고 있는 내 손에 전해졌다. 양이 이빨로 건초를 끌어당기는 힘 말이다. 그때 풀을 쥐고 있는 손에서 힘을 빼면, 건초는 쉽게 양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손에 조금만 힘을 주면 아주 잠깐 양과 나 사이에 팽팽한 힘의 균형이 생긴다. 이 힘의 균형은 양도 느끼고 나도 느끼는 것이지만, 나에게 좀 더 근본적인 생각을 안겨준다. 내가 양보다 생각이 많을 것이라는 나의 믿음은 옳은 것일까.

그 순간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 손에 전달되는, 마른 풀을 끌어당기는 양의 이빨, 그 의지와 힘, 그 팽팽함이 살아 있는 힘이라는 것. 그 팽팽함만이 순정한 힘이라는 것. 내가 손에서 힘을 뺄 때, 건초가 미끄러져 양에게로 갈 때 느끼는 평화와 안정감. 놓아버리고 순응하면서 편안해지는 보람, 이것은 목책 안의 양이 바깥의 내게 준 것이다. 양이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알 수 없다. 아무튼 이것은 평범한 신비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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