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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의문사, 15년만에 찾은 진실은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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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의문사, 15년만에 찾은 진실은 '성폭행'

입력
2013.09.0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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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던 15년 전 대구 구마고속도로 여대생 사망사고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피신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건은 유족들의 고소로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의 DNA 대조와 현장조사로 진상이 드러났다.

대구지검 형사1부(부장 이형택)는 4일 귀가 중인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강간)로 스리랑카인 K(46)씨를 구속기소하고 스리랑카로 출국한 공범 2명을 기소중지했다. 범행 당시 특수강도강간죄의 공소시효는 15년으로 10월 16일로 만료되지만, 2010년 관련법 개정에 따라 DNA가 확보된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25년으로 10년 연장됐다.

검찰에 따르면 K씨 등은 1998년 10월 17일 새벽 귀가 중이던 여대생 정은희(당시 18세)양을 자전거에 태워 4.4㎞ 가량 떨어진 구마고속도로 아래 굴다리 근처로 끌고 가 차례로 성폭행하고 현금과 학생증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후 정양은 오전 5시10분쯤 구마고속도로 하행선에서 23톤 덤프트럭에 치어 숨졌다. 검찰은 정양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방향 감각을 잃고 고속도로로 진입해 중앙분리대를 넘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경찰은 정양의 시신이 겉옷만 걸친 상태였고 다음날 현장 수색에서 유족들이 찾아낸 속옷에서 남성의 정액이 검출되는 등 뻔히 성폭행이 의심되는 상황인데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채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해 반발을 샀다.

영구미제로 묻힐 뻔한 사건은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돼 있던 정액 DNA 덕에 진상이 드러났다. 검찰은 2011년 다른 성범죄에 연루된 K씨의 DNA를 채취했고, 지난해 9월 대검과 국과수의 DNA 상호점검 과정에서 K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5월 유족들이 고소장을 제출한 뒤에야 수사에 나서 3개월여 만에 K씨 등의 범행 사실을 밝혀냈다. 이금로 대구지검 1차장은 "당시엔 정양의 교통사고 기록 등이 공소시효 만료로 폐기돼 수사를 하지 못했다"면서 "고소장이 접수된 뒤 수사팀이 여러 차례 현장을 답사하고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등을 통한 과학적 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진상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유족들이 심리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공범 2명은 2003년과 2005년 스리랑카로 출국했으며, 우리나라와 스리랑카는 형사사법공조조약이나 범죄인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신병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K씨는 지난달 20대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K씨는 사건 당시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으며, 이후 한국 여성과 결혼해 국내에 머물며 개인사업을 해왔다.

정양의 아버지 정현조(67)씨는 "딸에게 내 손으로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한 약속을 이제야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당시 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가게를 아내에게 맡기고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청와대, 법무부 등에 탄원서, 진정서 등을 보낸 것만 60여 차례,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정씨는 "하늘나라에 있는 딸이 이제는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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